안방극장까지 침투한 ‘동성애 코드’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동성애는 죄’ 무조건 비판보다 분별력 키워야”

▲드라마 에 등장하는 동성애 커플 태섭과 경수. 사진제공=SBS

▲드라마 에 등장하는 동성애 커플 태섭과 경수. 사진제공=SBS

마이너문화로만 치부되던 ‘동성애’가 안방극장에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에서 동성애 코드가 다뤄진 것. 그간 동성애는 영화 <왕의 남자>,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거나 남장여자 역할로 포장된 적은 있지만, 공중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주도에 사는 재혼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홈드라마. 드라마에서 동성애자로 출연하는 인물은 내과의사인 태섭(송창의 役)이다.

드라마에서 동성애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20일 방송에서 태섭은 연애와 결혼 문제로 새어머니 민재(김해숙 役)와 갈등을 겪는 모습이 그려졌다. 혼기가 꽉 찬 큰 아들이 여자친구 채영(유민 役)과 헤어졌기 때문. 태섭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 사진작가 경수(이상우 役)로 인해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동성애자 캐릭터 태섭은 사회에서 소외됐거나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며,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내과의사로 등장한다. 그는 용모단정한 일등 신랑감이지만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 동성애 취향이지만 커밍아웃을 주저하고 여자친구 채영의 구애 속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그의 파트너인 경수 역시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있지만 아직 커밍아웃을 못한 것으로 그려진다.

공중파 방송인 주말가족극에서 동성애 코드가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찬반 양쪽으로 엇갈리고 있다. 시청자 홍의정 씨는 “동성애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최현순 씨는 “주말 가족 시청 시간대에 적합하지 않다”, 김은아 씨는 “공중파 방송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룰 이야기 소재는 아니다.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동성애 코드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성애 코드는 금기시돼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영화 <왕의 남자>, <쌍화점> 등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거 개봉했다. 동성애 코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점차 관대해졌다.

그러나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동성애는 금기시된 소재 중 하나였다. 영화 관객은 직접 극장을 찾아가 작품을 선택하지만, TV 시청자들은 채널 선택권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채널 선택에 있어 수동적이 될 수 밖에 없고,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김수현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동성애가 거북하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드라마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그려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동성애를 죄라고 선언하고 있는 성경적 입장을 견지하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흐름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또한 수려한 외모의 남자 배우들이 빼어난 패션감각으로 무장한 동성애자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을 볼 때, 동성애를 미화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동성애에서 전향해 현재 목회를 하고 있는 이요나 목사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사회적 이슈를 현실적으로 다뤄왔다. 이번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룬다면 동성애자의 복잡한 심리와 아픔을 표현하는 동시에 동성애자로 인해 주위의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묘사해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것”이라며 “동성애는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죄의 일부분이다.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과 악을 구별해 바른 선택을 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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