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기독교, “종교 혁명” 일으키며 부상 중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타임지, 현지 교회 성장에 주목

▲인도네시아 기독교의 급격한 성장을 다룬 타임지의 보도. ⓒ타임지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기독교의 급격한 성장을 다룬 타임지의 보도. ⓒ타임지 홈페이지

심심찮게 기독교 탄압 소식이 들려오던 인도네시아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지는 무슬림 인구가 지배적인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기독교가 급격한 성장을 통해 세력을 확산해 가고 있다고 최신호(4월 26일자)에서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중부 테망궁의 한 광장에서 수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알라”를 외치며 찬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 모인 이들은 무슬림들이 아니다. 이 곳에서 오순절주의 집회를 벌이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알라”는 “하나님”을 뜻한다.

집회 장소는 지난 7월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호텔 폭탄 테러 사건에 연루된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이 군에 의해 사살된 곳에서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아직까지도 인도네시아라고 하면 무슬림들이 지배적인 나라, 기독교 박해 국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공개적인 기독교 야외 집회가 열릴 정도로 최근의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수도인 자카르타에는 미국 바이블벨트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몇 년 사이 새롭게 지어진 대형교회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고, 호텔이나 상점 등에서 예배가 드려지는 일도 흔하다. 자카르타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주일예배가 쇼핑만큼이나 인기있는 주말활동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예수 그리스도상도 동부 도시인 마나도에 세워져 있다. 인도네시아 케이블 TV는 24시간 기독교 방송을 내보낸다. 타임지는 이같은 변화를 “종교 혁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전 세계적 오순절주의와 복음주의의 확산 반영
이슬람에 대한 회의 갖고 교회로 발걸음 돌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혁명”에 가까운 기독교의 부상이 가능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오순절주의와 복음주의다. 개인 구원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빈곤과 사회적 과도기의 혼란 가운데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상실감과 소외감을 해소시켜주는 돌파구가 되고 있다.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순절주의 교회(여의도순복음교회)도 한때 아시아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 있다며, 오순절주의와 복음주의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가들 인구 대부분이 기독교인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함께 소개했다. 요컨대, 인도네시아의 변화는 이같은 세계적 흐름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 몇 년간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대한 증오로 이슬람 자체에 대한 회의가 퍼져 나가고, 맥주를 마시는 것을 금지하거나 여성 복장을 제한하는 등 현지 이슬람의 보수화 경향이 반감을 사게 됨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독교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타임지는 분석했다.

성장 따라 이슬람의 핍박도 강해지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교인 수는 계속 증가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의 확산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이슬람 국가들에서 교회가 성장하면 늘 일어나는 일이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에서는 교회와 신학교들이 무슬림들에 의해 파괴되거나 강제로 폐쇄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들은 한결 같이 기독교가 무슬림들을 개종시키고 있다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기독교의 ‘붐’을 “원치 않는 서구 문화의 영향”이라며 반기독교 정서를 선동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무슬림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때로는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도 뒤따른다.

자카르타 외곽에서 인도네시아인 아내와 함께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 출신 마이크 힐리어드 목사는 “이곳 이슬람은 기독교가 성장하는 데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류의 공포와 경계심은 1960년대 독재정권 몰락 이후 다원주의화된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일어 온 종교 간 충돌을 더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희망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대다수인 이 나라에서 기독교가 확산되어 가면서 피할 수 없는 거부 반응들이 있지만, 교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결국 사회 전반적인 기독교의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2000년 당시 인구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독교인 수를 10% 이하로 집계했다. 그러나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이같은 수치는 지나치게 축소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의 급격한 성장을 보여 주는 예로, 1960년대 초만 해도 테망궁에는 교회가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지금은 40개 이상이나 들어서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그동안 차별과 박해를 피해 ‘숨어 있던’ 교인들이 기독교 확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신분증명서에 마련된 종교란을 ‘이슬람’에서 자신의 진짜 종교인 ‘기독교’로 바꾸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 1967년 세워져 현재 4백 명 규모로 성장했다는 자바 게싱 교회의 데이빗 누그로호 목사도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 교회 지도자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일고 있는 성령의 역사를 가장 큰 희망으로 꼽는다. 앞서 소개된 테망궁의 집회에서는 이날 한 눈먼 무슬림 노인이 다시 볼 수 있게 되는 신유의 기적이 일어났다. 이슬람 지도자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기독교 집회에 대한 허가를 가장 꺼리는 이유다. 집회를 인도한 제이슨 발롬파푸엥 목사는 “여기 한 영혼이 더 구원 받았다”고 외쳤다. 그러나 “내일은 더 큰 역사가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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