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칭의론 수정한 새 관점에 심각한 우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한국복음주의신학회서 최갑종 교수 지적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55초 정기논문발표회가 24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열렸다. ⓒ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공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55초 정기논문발표회가 24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열렸다. ⓒ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공

한국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전통적 개혁주의 구원론에 반기를 든 ‘바울에 대한 새로운 관점’(The New Perspective on Paul, 이하 새 관점)을 비판했다. 24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성주진 박사)에서 열린 제55차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를 통해서다.

이날 주발제자로 나선 최갑종 교수(백석대 신약신학)는 ‘한국교회와 구원론-새 관점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응’을 주제로 새 관점이 제시한 구원론과 이신칭의(以信稱義) 해석을 루터와 칼빈 등 개혁주의자들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새 관점이 범한 오류를 지적했다.

1980년대 신학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 불리며 등장한 새 관점(새 관점에 대한 자세한 소개)은 구미 신학자들인 샌더스(E.P.Sanders)와 던(James D.G. Dunn), 라이트(N.T. Wright) 등에 의해 제기 및 발전됐다. 이들은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 곧 이신칭의는 그들이 1세기 유대교와 바울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율법을 지켜 구원을 얻는다는 ‘율법주의’가 없었고, 그들 역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바울도 그의 서신들에서 율법주의를 비판하지 않았다.

유대인들에게 있어 율법의 행위는 그 자체로 구원의 수단이 아닌 언약 백성의 지위를 유지하는 방법일 뿐이었다는게 새 관점이 주장하는 바다. 언약 백성이 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유대인들에게 은혜의 개념이 없었다는 기존 개혁신학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샌더스는 이를 ‘언약적 율법주의’라고 했다.

그렇다면 율법의 행위를 지적하는 바울 서신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새 관점에 따르면 바울의 이신칭의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는가와 관련된 구원론적 주제가 아닌, 이방인과 유대인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회론 혹은 에큐메니칼적 주제다.

결국 새 관점은 1세기 유대인들이 ‘율법주의’에 빠져있지 않았고, 바울의 이신칭의는 구원론적 주제가 아닌 교회론적 주제였다는 두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특히 후자는 “바울이 유대교의 율법 혹은 율법의 행위를 비판한 것은 유대인들이 그것을 구원의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유대인들의 독특한 민족적, 종교적 표지로 작용해 십자가 사건을 통해 마련된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의 동등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던의 주장에 잘 나타난다.

“이방선교가 이신칭의 낳은 것 아니라
이신칭의가 바울의 이방선교 낳았다”

최 교수는 “새 관점 주창자들은 이신칭의가 바울 복음의 필수적인 내용에 해당한다기보다 바울의 이방선교 현장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동등성을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회론 및 선교론적 산물임을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신칭의 교리가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 한정된 메시지이거나, 특수한 역사적 정황의 산물인 것처럼 속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울에게 있어 이신칭의 교리는 그의 선교현장에서 유대주의자들과의 갈등으로부터 이방인 신자들을 보호하고, 그들 지위의 합법성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유대주의자들을 대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라며 “바울은 유대인들과 이방인 모두가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는 처음부터 이 복음을 가지고 이방선교에 매진했다. 그 결과 이신칭의 교리가 바울 복음의 핵심으로 잡았다. 그러므로 이방선교가 이신칭의 교리를 낳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신칭의 교리가 그의 이방선교를 낳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관점을 지지하는 라이트는 이신칭의를 두 단계로 나눠 설명하기도 한다. 먼저는 개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할 때 하나님께서 그를 자신의 백성으로 선언하는 단계이며, 다음은 그리스도가 재림하고 개인이 하나님의 심판대에 설 때 성령이 모든 삶을 근거해 그를 최종적인 자신의 백성으로 선언하는 단계이다. 결국 칭의와 성화를 하나의 칭의 교리 안에 통합시킨 셈이다.

라이트의 이러한 이신칭의 이해에 대해 최 교수는 먼저 바울의 서신에서 ‘믿음’과 ‘행위’라는 두 상반된 주제가 구원과 관련해 어떻게 진술되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는 “바울이 로마서 2:6-11을 포함해 어떤 곳에서는 행위에 따른 심판과 의와 구원을 말하고, 에베소서 2:8-10 등 다른 곳에서는 믿음에 따른 의와 구원의 축복을 말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을 범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이러한 구절들의 의미를 곡해하거나 축소시켜 이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가 서로 모순된다고 단정하거나 혹은 절충시킴으로써 양자의 강조점을 동시에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믿음과 행위를 하나의 칭의론 안에 포함시킨 라이트의 견해가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임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새 관점이 예수님과 바울 시대 유대교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점, 바울의 칭의 가르침에 대한 역사적, 선교적 문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점, 바울의 칭의 가르침이 갖고 있는 언약적, 교회론적 특성을 강조한 점 등 몇 가지 공헌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바울의 칭의 가르침에 대한 그들의 기본적인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러 면에 있어서 성경본문 자체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다”고 새 관점을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바울 당대의 유대교가 획일적으로 율법주의가 아닌 언약적 율법주의라는 전제 아래서 바울의 서신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전통적인 바울의 칭의 해석을 수정하려는 새 관점의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바울의 칭의 가르침이 아무리 사회학적, 언약적, 교회론적 의미를 지닌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그것으로 환원시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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