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무색했던 WCC ‘大토론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1천5백명 수용 공간에 고작 30여명 참석

▲행사가 열렸던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채플. 듬성 듬성 사람들이 앉아 있다.

▲행사가 열렸던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채플. 듬성 듬성 사람들이 앉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릴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WCC 대토론회’가 열린 24일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채플은 이날따라 더 넓어보였다. 1천5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고작 3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大토론회’라는 현수막이 민망할 정도였다.

토론회를 주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WCC 총회의 한국 개최가 확정된 후 WCC 신학의 정체성을 두고 보수·진보 교회관 논란이 일자 지난 2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WCC를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었다. 2월 19일 처음으로 열린 토론회에는 장신대 명예교수인 이형기 박사가 주발제자로 나서 ‘WCC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NCCK 신앙과직제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이 박사는 전형적인 친(親) WCC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어 지난 달 25일 열렸던 두번째 토론회에서도 WCC를 옹호하는 이화여대 장윤재 교수가 참석해 “WCC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친교”라며 “이제 한국교회는 경쟁적이고 개교회적인 양적 팽창의 시대를 끝내고 질적인 성숙과 내실화를 도모할 때이고, 2013년 WCC 총회의 한국 유치는 바로 그런 패러다임 전환을 향한 하나님의 새로운 초대”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NCCK 권오성 총무는 “WCC를 두고 이렇게 공개적인 토론회를 열기는 처음”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WCC에 대해 보다 분명히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권 총무 스스로 “처음”이라는 말을 꺼냈을만큼 NCCK가 한국교회에서의 WCC 논란을 의식하고 있었고 이를 그냥 두고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 차례의 토론회는 ‘토론’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WCC를 옹호하는 입장만을 전달해 비판을 받았다.

토론회가 기사화 되자 아이디 ‘로이엔’을 쓰는 네티즌은 “오해를 풀고자 하려면 상대와 얘길 해야지 자기들끼리 억울하다 아니다 얘기하면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고 아이디 ‘一以貫之’의 네티즌은 “(토론회를 하려면) 신학자 목회자 평신도들 모아놓고 규모있게 개신교 차원에서 해야 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NCCK는 4월에는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이 계획은 일반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행사 당일, NCCK는 장소를 감신대 웨슬리채플로 정했다. 의아했다. 보수와 진보가 한 자리에 앉을 예정이었다면 한기총과 NCCK가 함께 자리한 서울 종로가 상징성도 있고 참여하기 수월했을 터였다. NCCK 관계자는 “원래 계획된 장소는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이었지만 재정적 여건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NCCK 신앙과직제 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감신대 김홍기 총장은 이날 “비용 문제로 대관이 무료인 이곳(감신대 웨슬리채플)으로 바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현수막 등을 오늘 알려주는 바람에 미처 학생들에게 홍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웨슬리채플 주변에는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토론회에서 복음주의 신학자를 대표해 참석한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야 하는데 (참석한 사람들이) 너무 적다. 그래도 100명은 모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좋은 취지의 행사를 종로에서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한기총에서도 좀 오고 그래야 한다. 왜 감신대로 오라 했는지 궁금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날 행사를 취재한 한 언론은 “WCC에 대한 복음주의·에큐메니칼 신학자들의 견해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이날 채플실은 텅 비어 있었다”며 “WCC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 앞서 WCC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함을 보여준 세미나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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