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복음한글역주’ 완간
1945년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 지역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서’(Gospel of Thomas)는 기독교계에서 흔히 이단 문서로 취급되고 있다. 4복음서에 포함돼 있지 않고 그 내용이 영지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어인 ‘콥트어’로 기록돼 있으며 기존 4복음서의 서사적(narrative) 구조가 아닌 예수의 말씀 파편만을 모은 어록복음서(saying gospel)다. 정확한 기록 연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몇몇 사가들은 이 책이 4복음서 중 가장 먼저 쓰여진 마가복음(AD 70~75년 경)보다 앞선 AD 50년 경에 쓰여졌다고 주장한다.
기독교에 대한 위험한 발언들로 교계의 많은 반발을 샀던 도올 김용옥 씨가 이번에는 ‘도마복음한글역주’를 완간했다. 전체 3권 중 1권을 지난 2008년 펴냈고 2권과 3권을 지난달 함께 출판했다. 그는 도마복음서를 “기독교의 심장 속에 들어있다”고 표현하며 “노자의 충격은 진실로 컸다. 그런데 이에 결코 못하지 않은 충격을 도마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그는 수유리 한신대 재학시절 도마복음서를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이후 ‘더 래핑 세이비어’(The Laughing Savior)라는 책을 접하고 중앙일보 후원으로 나그함마디 일대를 다녀오면서 도마복음서에 대한 본격적 탐구를 시작했다.
김 씨는 “도마복음서 114개의 파편 중 47개가 마가복음에 병행하며 40개가 큐복음서에, 17개가 마태복음에, 4개가 누가복음에, 5개가 요한복음에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러나 실상 114개 어느 하나도 기존의 복음서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도마복음의 주석은 단순히 도마라는 새로운 자료의 주석이 아니다. 기존 복음서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지식의 풍요로운 황금광맥의 집결체가 바로 도마복음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도마복음서야말로 기독교에 진정한 부활을 가져다줄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도마는 기독교를 그 심장으로부터 서서히 해체시킨다”며 “바울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지만 도마는 기독교를 십자가에 못박는다. 기독교야 말로 이제 부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독교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바울의 부활과 재림의 케리그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기독교 신학을 정면 반박하는 이론을 펼쳤다.
그는 또 “초자연적 모든 사태를 내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부정 없이 대긍정은 없다”며 “물론 많은 자들이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깔깔대고 웃을 것이다. 그러나 머지 않은 훗날 그들은 ‘당신이야 말로 선지자였소’라고 외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아울러 김 씨는 이 책의 집필과정을 “영혼의 사투”라고 고백하며 “도마복음이 말하는 살아있는 예수의 말씀은 결코 종말론적인 것들이 아니지만 이것을 기술하는 나의 심정은 종말론적이었다. 우리 생애의 모든 순간이 종말론적이라는 불트만의 명제를 털끝으로 느끼며 붓을 움직여야만 했던 것”이라고 책을 펴낸 소감을 전했다. 김 씨는 이 책을 독일 신학자 불트만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책의 출판사인 ‘통나무’는 보도자료에서 “기독교는 이제 바울이 제시하는 기독론·부활론이라는 초대교회의 종말론적 케리그마를 원점으로 고집할 수 없다”며 “기독교의 본래적 모습인 예수운동의 정체를 다원적으로 파악해 기독교의 교리를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 모든 신학논쟁에 있어 도마복음은 배제할래야 할 수 없는 ‘함수’가 돼버렸다”고 김 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 2007, 2008년 두 차례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이정배, 김경재 교수 등과 함께 신학 대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느 한 시점에서의 성서의 정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27서 체제의 성경이 기독교의 유일한 기준이라는 생각도 매우 유치한 발상이다” “십일조는 신약에 없는 말이다. 예수는 십일조를 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폐기돼야 할 구약적 율법주의를 설교 권위의 근거로 마구 활용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 죽을 때까지 주장할 것이다” “Q복음서는 이미 신학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나와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잠잠하다” 등을 말했었다.
그는 요한복음 강의를 통해서도 ‘구약 무용론’ ‘신약성서 정경화 채택 문제’ 등을 주장하며 기독교계와 심한 마찰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