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폐해 막고 문화적 관심 가져야
“동방신기가 ‘진리’”
어느 동방신기 팬의 고백(?)이다. 그야말로 아이돌 전성시대다. 이젠 열풍을 넘어서 신드롬으로 자리잡았다. 방송 3사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드라마, 가요 프로그램 등등 아이돌 스타는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뿐만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직업은 의사나 판사, 변호사가 아니다. ‘연예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수’다. 젊은 세대들은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며, 이제는 자신이 아이돌 스타가 되길 꿈꾼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따르면 영어로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Teen Idol)은 주로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얻는 스타를 말한다. 아이돌가수는 철저한 연예기획시스템에 의해 탄생한다. 기획사는 이미지 컨셉을 부여하는 매니지먼트 전략과 그에 맞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 스타일 등을 고민한다. 수려한 외모와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스타들이 강렬한 비주얼을 갖추고 카리스마적인 록에 맞춰 춤을 출 때 팬들을 넋을 잃는다.
아이돌 가수의 계보는 ‘소녀시대’나 ‘동방신기’, ‘HOT’를 들 수 있고, 멀리 ‘서태지와 아이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는 60년대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었고 최근 사망한 마이클 잭슨도 있다. 사망한 스타들은 숭배와 추앙의 대상으로 올라선다.
한국에서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아이돌스타들은 가창력과 같은 음악적인 실력보다 TV 방송을 염두에 둬 외모와 춤실력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에 많은 투자를 한다. 일명 ‘후크송’이라 불리는 기계음 섞인 중독성 있는 곡들을 현란하고 화려한 댄스와 함께 보여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즉각적 만족과 세뇌효과, 반복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러한 음악들은 동성애와 죽음을 미화하는 등, 성표현과 폭력성도 심각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데뷔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돌 스타도 나타났다. 여자 아이돌의 경우 미성년자가 노출이 과도한 의상을 입거나 성적인 내용의 가사를 불러 논란이 일기도 한다.
아이돌 스타를 동경하는 청소년들은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학업도 포기하고 춤과 노래 연습에만 몰두한다. 대형기획사 오디션에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수십대 일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일부 기획사들은 연예계 데뷔를 미끼로 고액의 비용을 요구한다든지 범죄 행각을 벌이기도 하며, 간혹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간 불공정 계약이라는 문제도 불거진다.
청소년 ‘제자화’… 과도한 팬덤으로 얼룩진 십대문화
그렇지만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아이돌 스타를 동경하고 그들을 모방한다. 이는 일종의 ‘제자화’와도 같다. 강인중 대표(라이트하우스)는 <대중음악, 볼륨을 낮춰라>라는 저서를 통해 “대중음악은 10대와 20대를 동질적으로 묶는 강력한 문화이다. 10대의 가치관과 공유하는 삶의 방식이 대중음악 스타에 의해 규격화, 표준화된다”면서 “아이돌스타는 자신들의 음악과 언행과 패션 등으로 청소년들을 ‘제자화’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대중음악과 대중음악 스타는 10대와 20대가 경배(worship)하는 신이다. 콘서트는 그들의 종교적 제의(cult)다. 공연장은 그들의 예배처소와도 같다”면서 “이들이 경배하는 것은 결국 상업주의(돈), 오락, 권력(인기), 세상을 향한 갈망 등이다”라면서 아이돌 신드롬 현상에 내재한 ‘우상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이러한 제자화의 정점은 오빠부대, 혹은 팬클럽을 통해 형성된 ‘팬덤’ 문화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말한다.
아이돌스타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일상생활을 팬페이지에 올려 공개하고 각종 ‘직찍’(직접 찍은 사진의 준말)을 공유하는 등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하게 체크하며, 팬픽션(Fan fiction; 동경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팬들이 자신의 뜻대로 창작한 작품, 줄여서 ‘팬픽’)을 읽거나 창작하며 삶의 모든 일정을 스타와 함께하고 ‘동행(?)’한다. 그들에게 있어 이들 스타는 삶의 ‘진리’이자 ‘등불’이며 곧 ‘신’이다.
때로는 과도한 팬덤문화가 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비난글이 올라오면 떼로 몰려 즉시 ‘댓글테러’를 감행한다. 얼마 전 2PM의 재범이 그룹을 탈퇴했을 때, 수많은 팬들은 집단행동을 나서고, 시위에 나서는 등 왜곡된 팬덤문화를 보여 논란이 됐다.
대안문화 생산 위해 기독대중 참여 절실
청소년들이 이렇게 과도하게 아이돌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는 치열한 교육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대중음악을 통해 해소하려 하는데도 원인이 있다. 게다가 요즘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3-40대 중장년층도 젊음에 대한 보상심리로 아이돌스타에 열광하고 있어 아이돌신드롬을 부추기는 전반적인 사회적 풍토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도를 넘어선 선정성, 팬덤문화, 연예인 우상화 등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만큼 기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상문화의 폐해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나 제도 차원에서의 해결방안과 아울러 교회도 관심을 갖고 대안문화를 생산하는 문화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대표는 “청소년기에 한번 길들여진 음악듣기 습관(문화향유태도와 습관)은 일생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면서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감각적인 음악의 황홀하고 달콤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웬만한 것으로는 즐거움을 못 느끼는 사람이 된다”고 꼬집었다.
감각적인 대중음악에 염증을 느낀 일부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그나마 대중가요 중에서도 건전가요 같은 ‘착한 음악’을 듣거나 CCM에서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예배음악 위주로 CCM시장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크리스천이 부담없이 들을만한 CCM은 고사 직전이다. 마커스 커뮤니티 이창민 팀장은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교회에서는 CCM을 듣지만, 일상에서는 아이돌 가수가 부른 대중음악을 듣는 이원론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회음악이 예배에 사용되는 기능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고 음악적 감수성을 충족시킬 수 있을만한 다양한 CCM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문화의 대안으로 CCM문화를 세우기 위해 찬양사역자연합회도 홍대클럽에서 꾸준히 CCM콘서트를 개최하는 중이다. 찬사연 김성호 회장은 “예배음악 외의 CCM을 살리기 위해 콘서트를 열고 있지만, 대중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이러한 시도들이 소용없다”면서 크리스천대안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독대중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