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10)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삶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생사의 갈림길, 마지막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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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옙스끼는 총살형 발사명령을 기다리는 동안 한 줄기의 빛을 본다. 그 빛은 교회의 금색 지붕의 꼭대기가 햇볕을 받고 빛나면서 반사돼 나오는 빛이었다. 막연하고 무의미한 그 한 줄기 빛에서 도스또옙스끼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집요하게 그의 의식을 한곳으로 모으면서, 마침내 자기 자신이 그 빛의 본체처럼 느끼는 경지까지 이른다.

그는 남아있는 삶의 에너지를 모으고 초점을 맞춤으로 죽음을 태워 버린다. 생의 마지막 3분 후엔 자신이 그 빛과 일체가 된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 그래서 함께 묶여 나가는 동료 두 사람을 껴안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오늘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그의 고백을 들은 스페시네프는 냉소에 차서 이렇게 답한다. “생명은 한줌의 먼지일 뿐이지.” 스페시네프 뿐만 아니라 함께 사형집행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지성들의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페트라셰프스끼는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몸을 떨면서 도전적인 태도로 사형복의 소매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휘져으면서 외쳤다. “여러분, 우리들이 이 헐렁한 사형복을 입고있는 꼬락서니가 우습지 않습니까?” 사형대 위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여전히 정부 권력에 반항하면서, 사선을 함께 넘을 동지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려 했다.

마지막 순간 페트라셰프스끼의 얼굴은 침착했고, 눈을 크게 열어 장차 일어날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모든 초점을 한곳에 집중했다. 몽벨리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그리고리 례프는 광인처럼 눈이 뒤집혔다. 이어 각 수형자들 앞에서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모두들 모자를 눈 아래까지 내리도록 해.” 명령이 떨어졌다. 그 순간 페트라셰프스끼는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 모자를 벗어젖힌다. 그리고 외쳤다. “내 눈으로 죽음을 보고 싶다.”

그러나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조준 명령이 떨어진 순간, 광장을 가로질러 한 관리가 흰 손수건을 흔들면서 말을 몰고 달려와 총살형을 중지시켰다.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1세가 총살형을 시베리아 유형으로 감형한다는 칙령을 내린 것이다.

도스또옙스끼는 바로 이 생의 마지막 순간, 5분간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겪었던 의식 세계를 장편소설 <백치>의 주인공 므아쉬킨 공작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드디어 목숨이 붙어있는 것도 앞으로 5분, 나는 5분이 한없이 길고 막대한 재산이나 되는 것처럼 여겨져 여러 가지 할 일을 계획했다. 우선 동료들과 작별하는 데 2분을 쓰고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일을 정리하는데 2분을, 그리고 나머지 1분을 주위의 광경을 살펴보는데 쓰기로 했다.”

나는 학창시절 <백치>를 읽으면서 만약 나에게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불행스럽게도 그 당시 나의 대답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아마 미친듯이 울어댈 것이다. 그러다가 기절할런지도 모른다. 정신을 잃은 채 죽음에 나를 맡겨버릴 것 같다.”

우리의 지성은 늘 이렇게 타이른다. 본능의 두려움을 초월하는 죽음을 생각하고 싶다고. 끝없는 노래 끝없는 춤, 끝없는 여행이 있을 수 없듯 끝없는 삶이란 생각할 수 없는 것, 그러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며 자유이어야 한다, 라고.

그러나 영성으로 죽음을 바라보지 않고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생명의 원천이 하나님께 있음”이다. “삶은 그분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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