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 씨 “내게 수많은 강의석이 있었지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새기연 대토론회서 기독교 진보진영 자성 촉구

▲대광고 전 교목실장 류상태 씨. ⓒ 크리스천투데이 DB

▲대광고 전 교목실장 류상태 씨. ⓒ 크리스천투데이 DB

대광고 전 교목실장 류상태 씨가 기독교 진보진영을 비판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19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 주최 대토론회에서 ‘기존 진보 기독교 진영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류 씨는 “진보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의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교리, 재정비리, 목회자 세습 문제 등 산재한 여러 문제들에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교회 내 개혁에는 별 관심이 없거나 둔감하고 사회개혁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개신교 진보인들을 보면, 마치 과거 일본제국 죄악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느끼지 못한 채 평화와 환경을 논하는 일본의 진보지식층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만일 진보 기독교인들이 자기 공동체에 대한 성찰 내지는 교회 내 개혁에 둔감한 이유가 대형교회와 보수교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이라면 개신교 진보는 이미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개신교 진보단체들의 선행이 우리 사회에 독을 내뿜는 한국 주류 개신교의 독선과 배타, 사회갈등, 문화적 폭력 행위 등에 거름을 주거나 그들의 방패 내지 숙주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류 씨는 자신의 이런 비판이 “나는 옳기 때문이 아니다”며 “오히려 나의 비겁한 선택이 어린 이웃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처절하게 깨달았기에 동지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비겁한 선택’은 얼마전 모교인 대광학교의 종교교육에 반기를 들어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간 일명 ‘강의석 사건’에 대한 것이다. 류 씨는 “나에게 강의석은 한 명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도 수많은 강의석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모두 설득했었다”고 고백했다.

류 씨에 따르면 당시 강 씨처럼 학교의 종교교육에 불만을 품은 많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그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문화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참여해 달라’고 그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강 씨만은 자신의 그런 말에 설득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강 씨 편에 섰고 그 이유에 대해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라. 그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류 씨는 “그 사건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마 지금도 안정된 직장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고 있을 것”이라며 “때로 예전의 안정된 삶의 자리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어쩌면 ‘옛날 그만한 자리로 회복시켜 줄테니 앞으로는 적당히 입을 다물고 지내라’고 하면 또 다시 고민에 싸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도 여전히 비겁하다”고 말했다.

류 씨는 지난 2007년 ‘강의석 사건’이 교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을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의 교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한국교회는 이 교리에 너무 갇혀 있다. 나는 기독교 교리가 예수님이 전한 복음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독교에 나는 더 이상 애정도 없고, 절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류 씨 외에도 생태여성신학자 현경 교수,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 종교문화학자 김윤성 교수 등이 참석해 ‘여성신학의 입장에서 모색하는 새로운 기독교’ ‘이웃종교의 발전과 함께하는 새로운 기독교’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하는 새로운 기독교’ 등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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