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11)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고뇌를 넘어 환희로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총살형 발사명령을 기다리는 그 몇 분동안 도스또옙스끼는 빛에 대한 집요한 의식으로 깨어 있는다. 교회의 금색 지붕의 꼭대기가 햇볕을 받고 눈부시게 빛나는 광경이 마치 은총인 것처럼, 지붕과 지붕 사이에 반사되는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빛을 자기의 새로운 본체로 느끼면서 3분만 지나면 자기도 그 빛에 융합될 것을 알고 있었다.

사망은 그에게 더 이상의 어두움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는 고백한다. “나의 삶은 하늘이 준 선물이며, 삶이 끝나는 순간에 나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있을 것이다”라고. 이같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은 26세의 청년 도스또옙스끼의 기독교적 인생관의 고백인 동시에 작가로서의 사명 선언과 같은 것이었다.

형장에서 무기 유형의 선고를 받던 날 도스또옙스끼가 형, 미하일에게 쓴 편지를 보자.

형님.
나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어딜가도 삶은 삶입니다. 삶은 우리의 내부에 있는 것이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불행 속에 있어도 실망하거나 타락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이며 인생의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이 생각이 나의 살과 피가 되었습니다.

나에겐 사랑할 수도 고민할 수도 기억할 수도 잇는 피와 살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처럼 풍부한 정신세계가 나의 내면에 비등한 적은 아직 한번도 없습니다.

그의 위대한 작가혼의 강열함은 여전히 오늘의 우리를 감동시킨다. 삶에의 용기는 처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준다. 오늘도 살아 문학 앞에 우리의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이다.

형님.
이제 와서 과거를 돌이켜보니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과오와 나태와 무능한 생활을 했는지 참으로 후회 막급입니다. 얼마나 시간을 소홀히 했는가. 마음에도 없는 짓을 했는가를 생각하면 창자가 잘리는 느낌입니다.

삶은 하늘이 준 선물입니다. 삶 자체가 행복이어야 하는 겁니다. 일순간 일순간을 영원한 행복으로 할 수도 있었던것 아닙니까.

형님. 맹세합니다. 나는 희망을 잃지않고 정신과 육체를 청정히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 편지를 두고 도스또옙스끼 연구가인 그로스만은 ‘고뇌를 넘어 환희’를 엮은 베토벤의 영원한 유언을 닮았다고 했다. 도스또옙스끼가 유형길에 오르기 전, 미하일이 감옥을 찾아온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면회 시간은 30분이었다. 형은 눈물이 가득 고인 얼굴로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동생을 만났다. 그 순간에도 도스또엡스끼는 냉정을 잃지않는다.

형님.
울지 말아요. 당신도 알겠죠? 나는 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죽을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유형지라고 하지만 그곳에 맹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들이 있는 곳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유형을 끝내고 또 쓰기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많은 일을 이미 체험하였고 그 곳에 가서도 또 좋은 체험이 있을 것입니다. 얼마라도 쓸 수 있을 겁니다.

형과 면회를 한 그 밤에 도스또옙스끼는 무거운 족쇄를 달고 썰매에 얹혀 시베리아로 떠난다. 크리스마스 새벽이었다. 다윗의 고백처럼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에게는 흑암과 어두움이 일반이 아니었을까…. 비록 그의 발엔 10파운드가 넘는 무거운 쇠족이 채워져 있을 지라도 그의 지성은 ‘고뇌를 넘은 환희’를 향해 깃털처럼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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