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12)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미학적으로 이해한 도스또엡스끼

▲ 송영옥 박사.

▲ 송영옥 박사.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 이 여정에 오르면서 나는 서두에서 앙드레 슈아레드의 말을 인용해 그의 ‘난해성과 천재성’을 설명했다. 즉 그의 문학의 난해성은 인생의 문제와 맞물려 있고, 천재성은 인생의 어려운 문제에 답을 구하려는 우리 이성의 총화와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문학은 삶이라는 현실성 위에서 모든 인간에게 존재 의미를 지닌다.

삶이 무엇인가. 또 어떻게 삶을 대해야하는가. 이러한 문제는 생명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또는 일생을 바쳐 추구하는 보편적이며 동시에 특별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겐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호동그란 눈을 뜨고 삶을 신기하게 바라본 경험이 있다. 엄마의 얼굴을 처음으로 대했을 때처럼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으로 말이다.

그 순간 삶은 마치 싱싱한 푸성귀 같은 아침으로 떠올랐다. 이슬 맺힌 들판에서 풋풋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왔으며 새소리가 햇살을 가르며 요란하게 들리던 순간, 우리의 가슴은 행복으로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은 그러한 경험이었다.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도스또엡스끼 역시 삶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들과 다를 바 없다. 내게 있어 이 친밀감의 시작은 고등학생 때 읽었던 한편의 시 때문이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시 전체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시의 이미지만은 지금도 기억 속에 또렷하다.

나뭇잎 한 개를 사랑할 수 있다면 동물과 식물 모든 것을 다 사랑할 수 있다.
내 앞에 떨어지는 빗줄기 한 개를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 안에서 신비를 본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신비를 보게 될 때 비로소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 이해가 모든 것에 대한 수용을 가져오고
그 수용함에 의해 우리 자신과 세상 전체를 사랑하게 된다.

이 시 이미지처럼 도스또옙스끼의 삶은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근본을 이루고있다.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그 절망의 순간, 남아있는 생의 5분간을 그토록 치열하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이 사랑 때문이었다. 시베리아로 무기 유배를 떠나면서도 삶을 긍정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사랑 때문이다. 그는 삶을 사랑함으로서 삶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었고 완벽한 행복을 맛볼 수 있었다.

그의 문학의 난해성과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우리 삶의 현실에서 그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문학이 삶의 지혜와 영혼의 울림을 전달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따뜻한 맘으로 그동안 우리가 걸어왔던 외롭고 황량한 여름 벌판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거부하는 몸짓의 젊음을 가슴 속 깊은 ‘거룩함 ’으로 변하게 한다. 젊음을 핑계로 더 이상 허공을 향해 독기를 품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나는 이렇게 고등학생 때 도스또엡스끼와 만났다. 미학적 이해로서의 만남이었다.

문학 작품의 매력은 한 작가가 추구한 인간의 기본 가치를 오늘 우리가 살고있는 삶의 현실로 이끌고 와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란 시공의 한계를 넘어 같은 주제를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동일한 작품에 대한 해석이 그 시대를 사는 독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문학 작품을 읽는 매력이다.

문학은 문화의 한 브랜치인데, 원래 문화의 속성은 그 자체가 변치 않는 가치와 변하는 역동성의 공존에 있다. 역동성이 없으면 썩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문학을 읽는다 함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문학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작가의 본래 의도와 독자의 삶의 현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후에 내가 도스또옙스끼를 미학적 이해의 차원으로부터 기독교적 관점으로 읽게 된 계기는 <악령>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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