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가 한다고 따라하는” 현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종전 교수, ‘한국교회의 포퓰리즘적 현상’ 분석

한국교회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종전 |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 447쪽 | 17,000원

세종시와 무상급식 등 한국 사회에서도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를 병들게 한 ‘포퓰리즘’의 망령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한국교회에 스며든 포퓰리즘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한국교회의 무속적 현상과 극복, 성장지향적 부흥운동에 나타난 실용주의적 문제 등 한국교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상황들을 담은 <한국교회 어디로 가고 있는가(대한신대원출판부)> 속에는 이같은 ‘한국교회의 포퓰리즘적 현상’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학이나 목회에서의 ‘포퓰리즘’은 생소해 보이지만, 저자인 이종전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굳이 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교회와 신학 안에는 이미 보편화된 개념”이라며 “일례로 1990년대 초기만 해도 한국교회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는 듯 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해 오히려 포스트모더니즘의 매력적 요소에 지배당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은 절대·유일·신적 명령·계명 등과 같은 가치와 개념을 철저히 배제하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과 맥락을 같이하는데, 단지 포스트모더니즘이 개별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신 포퓰리즘은 대중성을 갖고 있는 점만 차이가 난다. 두 사상은 모두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며 ‘해체’를 이념으로 하는 개인적 욕구(필요)에 가치를 두는 공통점도 있다.

결국 한국교회가 세속에 물들지 않고 하나님의 명령만을 절대 믿고 따르기보다, 시류에 영합해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데서 한국교회의 각종 위기가 시작됐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저자는 이름부터 그러한 ‘대중신학(popluar theology)’이 신학에서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말한다. 특히 ‘일반 신자·가난한 자들·억압받는 자들’을 대변한다는 해방신학(liberation theology)이 ‘기독교 신앙을 가난한 자들과 억눌린 자들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는 데 대해 “이는 필요와 상황에 의해 해석할 수 있음을 전제한다”며 “만일 이러한 입장이 가능하다면 성경을 굳이 기독교회의 경전으로 말하는 자체가 의미없는데, 이들은 성경을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성경적 권위에 호소하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설교에 있어서도 설교자 자신의 개인적 목표와 교회의 양적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전달해야 할 내용에 충실하기보다 대형교회를 만들거나 어떤 과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중을 설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포퓰리즘이 출발한다. 저자는 본문 연구와 이해보다 어떤 이야기로 회중들의 관심을 끌지에 집중하는 태도가 극적인 효과를 필요하게 만들고, 여기서 예배가 인간이 즐거워하는 축제나 하나의 퍼포먼스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설교 내용에서도 인본주의적 긍정의 사고와 가치관의 틀에서 설교가 이뤄진다면 인간을 책망하시는 말씀을 가르칠 기회는 잃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소위 미국적 복음주의 영향을 받는 교회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대표적인 두 가지의 예로 <불가능은 없다>는 로버트 슐러와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조엘 오스틴을 꼽았다. 찬양이 예배를 주도하면서 무제한적인 음악 장르의 도입도 지적한다.

목회 방법론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포퓰리즘적 현상은 소위 유명 인사들의 ‘간증집회’다. 물론 전도를 위한 많은 순기능이 있었지만, 역기능에 지나치게 무관심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완전할 수 없는 그들이 신앙의 기준(standard)으로 등극했고, 그들을 초청할 재정적 능력이 있는 교회는 더욱 성장하는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 회중(소비자)들에게 구매력 높은 인사를 초청한 사실 자체가 자본주의적이고 시장경제적 방식일 수도 있다.

치유사역과 공동체 운동, 소그룹 운동, 가정사역, 사회복지 사업 등에 대한 관심도 포퓰리즘의 일부다. 저자는 “그동안 교회가 소홀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동기를 통해서든 관심을 많이 가진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시대적 요구와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 있다는 이유로 교회가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결국 목적이 양적 성장이거나 공적 자금의 혜택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예배당 건축도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 저자는 “이렇게 무모하리만큼 예배당 짓는 일에 몰두하는 이유는 성공 지상주의, 도식화된 숫자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의식이 교회 지도자들의 강박관념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신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는데, 자신의 신앙에 충실하려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해 외적으로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음을 자긍하는 경우가 많은 점”이라고 비판했다.

유행처럼 불고 있는 교회 리모델링과 카페 도입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무런 신학적 입장 없이 단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하는 리모델링이라면 이야말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적어도 예배당을 건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한다면 시공업자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 아니라, 신학적 입장을 분명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포퓰리즘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는 △목회자의 신학 확립 △성경 신앙에 입각한 세계관 확립 △대형교회 선호현상 극복을 위한 공교회성 회복 등을 꼽고 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문제는 하나님의 영원한 뜻을 믿는다는 기독교회의 신앙이 하나님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존재로 생각하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며 “교회와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서서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자유해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어떤 상황이 인간 개인이나 집단의 필요에 의해 해석되거나 필요를 절대화하는 포퓰리즘적 가치관, 그것을 신앙이라 부른다면 그 신앙은 하나님의 위치와 권위가 이미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퓰리즘은 기독교적 모양은 갖고 있으면서 하나님을 열심히 인용하고 있으나 사실상 하나님은 없는 신앙, 하나님의 권위가 작용하지 않는 신앙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독소’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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