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신학의 심각성, 덮고 넘어갈 문제 아니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합동, 제1회 한국 개혁주의 신학대회 개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측이 ‘WCC’를 주제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제1회 한국 개혁주의 신학대회를 개최했다. 서정배 총회장이 설교하고 있다. ⓒ 김진영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측이 ‘WCC’를 주제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제1회 한국 개혁주의 신학대회를 개최했다. 서정배 총회장이 설교하고 있다. ⓒ 김진영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총회(총회장 서정배 목사, 이하 합동)가 ‘WCC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합동은 ‘WCC’를 주제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제1회 한국 개혁주의 신학대회를 개최했다. 총회 산하 신학부가 마련한 자리로 권성수 박사(대구 동신교회), 서철원 박사(한영신대 석좌교수), 문병호 박사, 심창섭 박사(이상 총신대 교수), 정준모 박사(성명교회)가 WCC의 신학과 역사를 비판했다.

총회측은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총회의 공식적 입장과 다를 수 있다”고 했지만 서정배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 관계자들이 WCC의 신학과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를 일관되게 비판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합동의 ‘WCC 반대’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관된 신학 없다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는 일관”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권성수 박사는 “WCC의 신학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WCC에는) 기독교 진리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만한 문제가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WCC 신학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님에도 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WCC 신학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일관된 신학을 정립하지 못한 WCC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종교다원주의라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왔다”고 WCC의 종교다원주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권 박사는 “WCC는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에 따라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거의 없다”며 “다양한 견해들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 격론도 하지만 결국은 ‘다 덮어서 하나’라고 하는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권 박사는 지난 1991년 WCC의 제7차 캔버라 총회에서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정현경 교수가 주제강연자로 나서 죽은 영혼들을 부르는 소위 ‘초혼제’를 거행한 사건이 WCC의 종교다원주의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타종교 타문화에 대한 WCC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현경 교수의 강연을 통해 아주 과격하게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WCC가 정현경 교수를 제7차 총회의 주제 강사로 정할 때 그의 신학적 입장을 몰랐었다고 볼 수 없다. WCC가 정현경 교수의 신학적인 입장을 알고도 주제 강사로 세웠다면, 그의 신학적 입장을 WCC가 이미 인정한 상태에서 세운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WCC 반대 피켓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자제하자”

▲ WCC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권성수 박사 ⓒ 김진영 기자

▲ WCC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권성수 박사 ⓒ 김진영 기자

끝으로 권 박사는 교단 안팎에서 나오는 WCC 관련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했다. 먼저 ‘WCC에 들어가 그들의 신학을 바로 잡을 순 없는가’라는 질문에 권 박사는 “정현경 교수 연설에 대해 WCC 소속 복음주의 계열 단체들이 항의했지만 WCC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WCC는 용공성과 관련된 항변이 나왔을 때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며 “WCC라는 군함이 일부 항변자들의 소형 보트를 무시한 채 유유히 항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WCC를 이용하면 어떤가’에 대해선 “110여개국 349개의 교회, 5억6천만 회원을 거느린 WCC를 이용해 북한 인권이나 남북통일 문제에 도움을 얻으면 어떤가라는 제안이 있다”며 “그러나 WCC를 이용해 기독교 정체성 파괴를 부지불식간에 뒷받침하거나 부추기기보다는 차라리 UN과 EU 등 국제 단체들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WCC의 제10차 부산 총회를 앞두고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WCC에 가입하지 않은 교단들과 세계개혁주의협의회, 세계복음연맹 등과의 폭넓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며 “동시에 목회자들과 교인들에게 WCC가 어떤 단체이며, 어떤 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그러나 ‘WCC 한국 총회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불신자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고 전도의 길을 막는 것이 될 수 있다”며 “가뜩이나 공신력이 떨어진 기독교가 WCC 총회로 인해 불신자들과 안티기독교인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CC 에큐메니칼 운동은 비성경적… 교단 정체성 확립하자”

한편 이날 신학대회 전 개회예배에서 설교한 서정배 총회장은 “신학을 지키고 보수를 지키자. 우리 교단의 정체성을 살리자”며 “신학이 잘못되면 우리 총회엔 희망이 없다. 신학을 굳게 지켜 더욱 발전하는 합동이 되자”고 교단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다.

축사한 총회 총무 이치우 목사도 “총회 정체성 확립의 일환으로 이번 신학대회를 개최케 됐다”며 “개혁주의 정통 신학이 성경의 절대 권위를 파괴하며 혼합적 종교다원주의에 물든 자유주의 신학에 위협을 받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WCC가 추진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비성경적이며 기독교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하는 인본주의적 사상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개혁주의 신학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 정통 보수신학을 더욱 풍성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한국 개혁주의 신학대회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13일 오전 11시부터는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송태근 목사(강남교회), 민호기 목사(예배인도자 겸 CCM 사역자), 서창원 목사(삼양교회) 등이 강사로 나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예배 현실과 소위 ‘열린예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 새들백교회 릭워렌 목사의 신학 사상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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