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워렌 통해 한국교회 설교자들 비판하려 했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합동 신학대회서 발제했던 서창원 목사

▲합동의 개혁주의 신학대회에서 삼양교회 서창원 목사의 ‘릭 워렌 비판’은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는 “한국교회에 그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의 사상과 목회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건 목사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 김진영 기자

▲합동의 개혁주의 신학대회에서 삼양교회 서창원 목사의 ‘릭 워렌 비판’은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는 “한국교회에 그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의 사상과 목회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건 목사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 김진영 기자


얼마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서정배 목사, 이하 합동)는 제1회 개혁주의 신학대회를 개최해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정배 목사가 교단지인 기독신문을 통해 “그의 신앙은 우리가 본받아 추종하며, 널리 전파해야 할 만큼 복음적으로 순전하지 못하다”고 한 후였다.

신학대회에선 서창원 목사(삼양교회)가 ‘릭 워렌 비판’의 선두에 섰다. 그는 “릭 워렌 목사가 제시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시를 가장한 세상의 지혜에 불과한 것”이라며 “그의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은 기독교 진리를 대변하는 책이 아니라 기독교의 본질을 왜곡하는 책이며 배도의 길을 가도록 권장하는 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릭 워렌 목사가 비신자 전도를 위해 고안한 ‘구도자 예배’(Seeker Worship)는 한국에서 소위 ‘열린 예배’라는 이름으로 열풍을 일으켰고, 지난 2003년 발간한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은 수 년째 베스트셀러에 머무르며 크리스천 독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합동 내 많은 교회들도 그의 책과 설교를 교육에 활용하고 있을 만큼 한국교회에서 릭 워렌 목사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렇기에 합동의 이번 ‘릭 워렌 비판’은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 ‘때 늦은 비판’ ‘시대에 뒤쳐진 수구적 논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는 “정작 릭 워렌의 사상을 좇는 합동 내 교회들에는 아무 말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7일 서울 삼양동 삼양교회 당회장실에서 서창원 목사를 만나 그가 릭 워렌 목사를 비판하게 된 배경 등을 물었다.

아무도 릭 워렌 비판 안해… 목사로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왜 릭 워렌 목사를 비판하게 됐나.

“총회에서 (신학대회에서) 발표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뜻밖이었다. 개인적으로 대형교회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경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형교회에선 순수한 목회가 어렵다. 부탁을 받고 ‘새들백교회 이야기’ ‘목적이 이끄는 삶’ 등 그가 지은 책들을 포함해 릭 워렌 목사와 관련된 인터넷 자료들을 연구했다. 결국 ‘이건 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교회에 그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 이미 릭 워렌 목사의 가르침과 목회 방법은 많은 한국교회들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교회 성도들에게 특별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미 한국교회에 그가 끼치는 영향력이 엄청난데 내가 문제 있다고 한들 어느 교회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그래도 할 건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 그를 비판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의 사상과 목회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건 목사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

-‘외국인’ 릭 워렌 목사를 비판하기 이전에 ‘한국인’ 목회자들을 먼저 비판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릭 워렌 목사에게 초점을 맞춘 건 그를 비판함으로써 한국교회 대다수 설교자들을 비판하려 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근본적인 비판이었다.”

-한국교회 설교, 어떻게 보는가.

“개혁주의 입장에서, 올바른 설교라고 볼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을 한다고 하지만 실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국교회가 릭 워렌이나 조엘 오스틴 등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마디로 인본적인 설교다. 설교에 신학이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성경을 이용한다. 예전에 내가 알던 한 설교학 교수는 한국 목회자의 96%가 성경을 설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장로교회가 말만 개혁주의지 실은 그것에서 멀리 이탈해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순수한 장로교회, 순수한 침례교회, 순수한 감리교회, 순수한 성결교회를 찾아볼 수 없다. 어딜 가나 장로가 있고 비슷한 예배를 드리며 천편일률적인 설교를 한다. 이걸 굳이 이름 짓자면 ‘한국적 순복음 장로교회’ 정도 아닐까.”

성장병이 열린 예배 받아들여… 경배와 찬양, 한국교회 죽인 주범

▲서 목사는 한국교회가 열린 예배를 광범위 하게 받아들인 이유로 목회자들의 탐욕과 신학의 부재를 들었다. ⓒ 김진영 기자

▲서 목사는 한국교회가 열린 예배를 광범위 하게 받아들인 이유로 목회자들의 탐욕과 신학의 부재를 들었다. ⓒ 김진영 기자

-릭 워렌 목사의 ‘구도자 예배’는 한국에서 ‘열린 예배’로 통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어떻게 보는가.

“한국교회가 찬양집회를 대표로 하는 열린 예배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교회성장을 바라는 목회자들의 탐욕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목회자들에게 신학이 없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열린 예배는 젊은이들을 교회로 불러모으고 무엇보다 젊은이들 스스로가 원한 예배라고 알려져있지만, 따지고 보면 열린 예배는 젊은이들이 원한 것도 교회로 젊은이들을 불러모은 것도 아니다. 목회자들이 성공병에 걸려 젊은이들을 핑계댄 것 뿐이었고, 열린 예배가 시행된 지난 20여년 간 교회의 젊은이 숫자는 오히려 줄었다.

후자의 경우, 신학이 없다는 건 분별력이 없다는 뜻이다. 신학은 일종의 판단 기준이다. 열린 예배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내가 믿는 신학에서 어긋나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목사는 학자라 할 수 있다. 학자가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바꿀 때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목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변화를 줄 때는 반드시 신학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열린 예배를 수용하면서 어떤 신학적 이유도 대지 않았다. 모 교회의 성공사례들만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한국교회를 죽인 주범이 경배와 찬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퍼지기 전 한국교회의 음악적 수준은 그래도 높았다. 나는 고등학교 때 헨델의 메시아와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뗐다. 지금 이런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한국교회 예배 음악이 질적으로 저하된 것이다. 예배는 문화인데 한국교회 예배가 찬양집회 쪽으로 기울면서 한국 사회의 저질스러운 문화를 교회 안에 그대로 끌어들였다. 그럼으로 세상과 전혀 차별이 없는 교회를 만들었다.

계속 이렇게 가면 한국교회 역시 서구의 교회들처럼 문을 닫고 말 것이다. 지난 1970년, 서구교회에선 워십댄스가 과연 성경적인가 하는 것으로 논쟁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회는 워십댄스를 수용했고 일부 개혁교회들은 워십댄스가 성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워십댄스를 수용했던 교회들은 문을 닫은 반면 수용하지 않았던 개혁교회들은 비록 약화는 됐지만 여전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서창원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런던신학교와 프리처치오브 스코틀랜드칼리지(Free Church of Scotland College)를 거쳐 에딘버러대학교에서 역사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1991~2003)를 역임했다. 현재 삼양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개혁주의 설교연구원 대표, ‘진리의 깃발’ 편집장 겸 발행인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하나님 나라의 일Ⅰ,Ⅱ-사도행전 강해」(진리의깃발), 「요나서 강해」(진리의깃발), 「장로교회 역사와 신앙」(진리의깃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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