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제빵왕 김탁구'가 그리운 까닭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촌스럽지만 사람 냄새나는 ‘보리밥빵’ 같은…

▲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사진 KBS 제공

▲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사진 KBS 제공

출생의 비밀과 불륜을 다뤄 또 하나의 막장드라마가 시작되는구나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복수만을 그리는 일반적인 막장드라마와는 또 다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다.

이 드라마가 여타 다른 막장드라마와 그 길을 달리하는 이유는 서글서글하고 인심좋은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때문일 것이다. 탁구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촌스럽다. 게다가 성격도 단순하다. 한번 옳다고 입력된건 영원히 변치 않는다. 솔직함과 정직함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녀석이다. 대단한 학벌도, 배경도, 돈도 없지만 탁구에겐 마음으로 사람을 얻는 힘이 있다. 보리밥빵이 투박하지만 그 어떤 빵보다 가장 배부른 것처럼 그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다.

드라마는 사람 좋은 탁구를 시기질투하며 끊임없이 괴롭히는 구마준(주원)을 등장시킨다. 거성식품 후계자로 자라난 마준은 우월의식이 대단하다. 까칠하고 까탈스럽고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구일중(전광렬)을 빼닮은 탁구에게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느끼며 그를 이겨보려 탁구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장본인이다. 마준은 잘 만들어진 패스츄리처럼 세련되고 달콤하지만, 왠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드라마는 탁구가 어떤 과정을 겪으며 제빵왕이 되는지 ‘팔봉빵집’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탁구는 팔봉빵집에서 스승님을 통해 수련하며 ‘빵쟁이’가 되어간다. 불완전한 상황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다는 스토리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드라마에 40퍼센트가 넘는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탁구는 마준과 그 엄마, 그리고 마준 엄마와 내연관계에 있는 한 비서에게서 온갖 구박과 설움을 당한다. 심지어 실명의 위기까지 거쳤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로 인해 엄마와 생이별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낙천적이다. 사람들을 먹이는 ‘빵쟁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려 노력한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탁구에게서 희망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가진 것 하나 없으면서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건네주는 건 아닐까. 소통이 끊어지고 의리, 우정, 사랑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점점 사라지는 이 시대, 촌스럽지만 사람 냄새 간직한 탁구가 그리워서가 아닐까.

얼마 전 방영된 시리즈에서 탁구는 드디어 아버지와 눈물의 재회를 하게 된다. 아버지와의 눈물의 재회도 잠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마저 마준에게 빼앗기고 울부짖게 된다. 하지만 탁구는 슬픈 현실을 딛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아니, 다시 일어서 꿋꿋하게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그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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