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우주는 자발적으로 창조” 주장 논란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창조론자들, “과학과 종교의 가치 동시에 훼손” 비난

▲스티븐 호킹 박사. ⓒWikipedia.fr

▲스티븐 호킹 박사. ⓒWikipedia.fr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68)가 곧 출간 예정인 자신의 새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는 중력에 의해서 만들어졌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창조론 지지자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호킹 박사는 그의 책들과 강연에서 ‘신’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해 온 까닭에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그간 알려져 왔으나, 정작 그 자신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밝혀 왔으며 새 책에서는 더욱 분명히 무신론에 가까운 주장들을 펼치고 있다.

호킹 박사는 “중력과 같은 법칙이 존재하므로, 우주는 무(無)로부터 스스로 창조될 수 있으며, 창조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발적인 창조는 무 이상의 것이 존재하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가운데 “신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하며, 단순히 물리학적으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이상으로 나아갔다.

호킹 박사의 이같은 주장은 17세기 중력을 처음 발견한 장본인인 아이작 뉴턴이 자신에 의해 증명된 자연법칙이 ‘우주를 단순한 기계와 같이 보게 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경고했던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 뉴턴은 “중력은 행성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누가 이 행성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신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고 중력의 법칙 발견 당시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과학 연구가 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뉴턴의 경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호킹 박사의 새 이론은 현재 물리학계는 물론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책이 발간되기도 전부터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 중 창조론 지지자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영국 현지의 다양한 창조론 지지 단체들은 호킹 박사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과학과종교를위한패러데이학회 대표 드니스 알렉산더 박사는 호킹 박사의 주장에 대해 “요점을 놓치고 있다”며 “과학은 존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설명을 제공한다. 그러나 신학은 그 설명의 의미를 다루는 것이다”고 밝혔다. 호킹 박사가 과학과 신학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커먼웰스연합히브리교인회의 대표 조너선 삭스 랍비 역시 “호킹 박사의 잘못된 해석이 종교와 과학의 가치를 동시에 훼손하고 있다”며 “과학은 설명에 관한 것이라면 종교는 해석에 관한 것이다. 과학은 사물이나 현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기 위해 쪼개어 보는 것이라면, 종교는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 한 데 모아 보는 것이다. 즉 둘은 전혀 다른 지적 체계다”고 주장했다.

호킹 박사의 주장은 미국 창조론 지지 단체들로부터도 즉각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리즌투빌리브(RTB)의 학자들은 언론을 통해 호킹 박사의 새 이론의 윤곽이 공개되자, “중력과 같은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그 근본적인 결함이 “물리학이나 수학 법칙의 대체를 통해 신을 비인격적인 존재로 만든 것”이라며 “정신과 영혼이 없는 물리학의 법칙은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에게만 있는 인격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과학과 종교 간에 서로의 시각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자연주의자의 관점에서는 물리학 이외에 다른 법칙이 필요 없겠지만,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물리학의 법칙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며 하나님이 스스로를 우리에게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내용 공개만으로도 학계와 대중들 사이에서 논쟁을 낳고 있는 이번 책은 발간 이후 더 큰 파급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의 거장 호킹 박사가 10여년 만에 내놓는 이 책은 현지에서 오는 9일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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