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美 교회 ‘코란 소각집회 논란’ 중재 나서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 테리 존스 목사와 면담 예정

미국의 한 교회가 9.11 테러 9주년을 맞아 계획하고 있는 코란 소각 집회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강력한 비판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 요청으로 세계복음연맹(WEA)이 집회 취소를 위한 중재에 나섰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과 미 국무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종교 자문위원회는 최근 WEA에 해당 교회인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플로리다 주 게인스빌)측이 집회를 취소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무교단주의 교회로 근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 교회는 WEA나 WEA 회원 단체인 전미복음주의협회(NAE)에 가입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 교회가 복음주의 교파의 한 분파로 일부에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 논란에 개입할 필요를 느낀다며, “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대신해 교회측에 집회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이 교회 테리 존스 담임목사와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각) 가진 대화 후,“그가 생각을 바꿨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갈등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다”고 밝혔다. 터니클리프 대표는 대화 가운데 존스 목사에게 “(코란 소각 집회) 계획을 실행에 옮긴 후 폭력 사태가 뒤따르고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숨진 목회자의 가족들과 불타버린 교회의 교인들에게 왜 이런 집회가 필요했는지 기꺼이 설명할 수 있겠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이같은 극단적 반이슬람 집회가 이슬람권 교회의 박해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터니클리프 대표는 집회 예정일인 9.11 테러 기념일 하루 전인 10일에 교회를 직접 방문해 다시 한번 존스 목사와 교인들을 설득할 예정이다. 존스 목사는 “그가 온다면 만날 것이지만 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자신 역시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존스 목사와 교인들은 “이슬람은 자신들을 평화의 종교라고 소개하고 있고, 지금 미국 사회에는 이슬람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그간 미국 안팎으로부터 쇄도하는 비판에도 불구,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아 왔다.

WEA에 앞서 미 교계 대표 단체인 NAE와 미국교회협의회(NCC)는 지난 달 집회 취소를 요청하며, “9.11 테러 기념일에 이같은 행사를 갖는 것은 보복심에 의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이는 기독교의 핵심인 용서와 화해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교회측에 전달한 바 있다.

미국 내 무슬림들은 물론 이란,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이슬람 국가들이 잇따라 집회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오면서 자칫 사태가 기독교-이슬람 간 종교 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되자, 유엔과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들도 집회 취소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이 교회의 입장이 “미국과 미국민 전체의 뜻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회 취소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일찍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다른 종교의 경전을 태우는 것은 정당한 행위가 아니며 미국의 정신과도 어긋난다”며 집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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