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라는 명분으로 마녀사냥 희생양 된 타블로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TV리뷰]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

▲가수 타블로 사진. ⓒMBC

▲가수 타블로 사진. ⓒMBC

힙합가수 타블로(30, 본명 이선웅)의 스탠포드 졸업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듯하다.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던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자 ‘왓비컴즈’도 타블로의 학력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왓비컴즈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시민권자 김모 씨로 밝혀졌다. 김 씨는 시카고 현지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담담하고 착잡하다. 한국 경찰이 타블로의 학력을 사실이라고 인정한 만큼, 나도 인정하겠다”면서 길고 긴 논쟁의 끝을 맺었다.

끝을 보이지 않던 타블로의 스탠퍼드 학력 진위 논란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5월에는 타진요,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 등 타블로의 학력의혹 제기 카페가 잇따라 생겨났고 타블로의 형과 가족도 학력 위조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타블로는 성적증명서, 졸업앨범 등을 공개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고 네티즌과 타블로는 서로를 고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타블로는 지난 1일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믿지 않는 네티즌들을 향해 “그들은 나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다. 안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방송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인격과 감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일종의 ‘아바타’로서 치부됐다”고 했다.

타블로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분노, 익명으로 움직이는 인터넷문화의 폐해,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않은 채 현상을 보도하는 인터넷 언론매체의 무책임한 보도태도 등이 맞물려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죽이는 일종의 ‘마녀사냥’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C 스페셜 방송 제작진이 지적했듯이 인터넷은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았다.

타블로 죽이기는 주도했던 ‘왓비컴즈’는 이제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수백통의 협박편지를 받는 등 또다른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왓비컴즈는 인터뷰를 통해 “정직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일로 사명감을 갖고 학력의혹을 제기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타진요 카페 회원들 역시 정의의 이름으로 타블로의 학력의혹을 파헤치려 했을 것이며, 왓비컴즈에게 협박메일을 보낸 네티즌 역시 ‘정의’의 이름으로 그 일을 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 정의의 이름을 딴 복수는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정의를 추구하고 정의에 목말라 한다. 하버드 교수가 집필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인문학 서적이 유례없이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정의의 이름으로 악을 무찌르는 잔인한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달린다. 브라운관에는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에 나서는 여자들이 매일 저녁 등장한다.

모두들 정의를 외치지만, 정작 정의에 목마른 상황은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일까. 정의의 이름 하에 희생양이 된 타블로의 상처는 누가 치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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