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채 묵상노트]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죄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본문: 눅 16:19-21

19 한 부자가 있어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롭게 즐기더라
20 그런데 나사로라 이름하는 한 거지가 헌데 투성이로 그의 대문 앞에 버려진 채
21 그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불리려 하매 심지어 개들이 와서 그 헌데를 핥더라

<하늘의 시점으로>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의 관점과는 사뭇 다릅니다. 세상에서는 거지의 이름은 몰라도 부자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비유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거지 나사로는 이름을 밝혀 다른 사람으로 오해될 소지를 줄이고, 부자는 익명으로 처리하여 우리 자신을 비추는 인물로 읽어보라는 것입니다. 익명의 부자가 비유의 주인공입니다.

<왕같은 부자, 개같은 나사로>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생전의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부자의 이름은 알 수 없고, 거지의 이름은 나사로(‘하나님이 도우신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는 먹고 입고 사는 것이 아주 대조적으로 나타납니다. 경제적, 육체적으로 극과 극입니다. 거처, 옷, 음식물, 건강상태에 걸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부자는 좋은 집에서 자색 옷과 고운 베옷(당시 최고가 사치품)을 입고 날마다 호화롭게 잔치하면서 즐깁니다. 반면 거지 나사로는 노숙하는 처지에 몸은 헌데 투성이로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연명을 하는데 개가 와서 상처를 핥는 비참한 모습입니다. 부자는 왕같이 살고, 나사로는 개같이 살았습니다.

<하지 않음의 죄>

그러나 어떤 죄나 의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다만 부자와 나사로는 생전에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런 소통이 없었습니다. 부자는 무관심했습니다. 부자의 죄를 말하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죄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모든 것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썼습니다. 맡겨진 것, 주어진 것에 대한 사회적, 물질적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내 옆에 육체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과 도와주는 행동이 없었다면 그것은 죄입니다. 그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죄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맡긴 것에 대한 직무유기며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한기채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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