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 감독의 영화 이야기] 브루스 올마이티(2003)
영화 ‘고치방’ 개봉준비와 ‘걸파이브’ 제작준비로 한창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은 이 때에 하나님께서는 필자를 현장이 아니라 병상에 거하게 하고 계신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필자의 뇌리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수 없이 많은 퀘스천 마크부터 떠올랐을 터이지만, 요즘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지난 여름 모든 제작 진행이 순조롭던 영화 ‘걸파이브’ 크랭크 인을 불가항력적으로 막으셨다. 그 일이 필자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엄청난 초자연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로부터 약 45여일 지난 어느 날의 날씨 뉴스를 보면서였다. 예정된 대로 촬영을 시작했더라면 크랭크 업을 했을 때라 다소 침울한 마음으로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필자는 기상 캐스터가 전한 지난 여름 동안의 날씨 통계를 듣게 되었다. 기상뉴스를 들으며 식사를 하던 필자는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감사의 눈물에 민망해 할 겨를도 없었다. 지난 여름 45일 동안 비가 내린 날의 일수가 약 34일이었다. 영화 ‘걸파이브’의 촬영 회차도 34회였다.
만약 우리 영화 제작팀이 그 기간에 촬영을 시작했었더라면 대부분 야외 촬영 위주였던 영화 ‘걸파이브’는 말 그대로 개점휴업을 한 상태로 모든 고가의 장비 대여료와 주조연 배우들의 계약금, 그리고 전문 제작 스탭들과의 계약금 집행과 의무 준수로 영화를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아마 수십억 원 가량을 물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말 그대로 우리 영화는 망하게 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구체적인 통계수치에 따른 뉴스를 접하면서 등골에서는 식은 땀이 새삼 흘렀고 식사 중이던 필자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놀라우신 하나님이시다. 때로 믿는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어떤 난관이나 환란에 깃들여진 하나님의 큰사랑을 최대한 빨리 깨닫고 감사와 찬양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고백해야만 한다. 성경에서 하나님께서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예레미야29:11-12)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기도하시기를 원하신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이미 직접 체득하고 경험한 후라 지난 월요일 오전의 느닷없는 자동차 추돌사고를 당하였을 때, 그 혼미한 상태에서도 필자의 삶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에 오히려 감사를 드릴 수 있었다. 감사와 찬양은 믿는 자들의 전매특허이다. 필자의 작은 아들을 제외한 전 가족이 응급차에 실려 와 병상에 누워있는 이 시간도 그저 감사와 찬송이 흘러 넘칠 뿐이다.
감사할 일이 정말 많다. 우선 다른 이를 다치게 하지 않고 우리를 다치게 해주셔서 감사, 가해자가 자동차 보험을 충실하게 들어두어서 감사, 온 몸이 많은 통증에 고통스럽긴 해도 부러지거나 장애 입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 해병대 상병으로 복무 중인 작은 아들을 휴가를 통해 만날 수 있으니 감사, 온통, 감사할 일 투성이다. 이 모든 감사가 기도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할 수 있어 또 감사!
이번 주 영화이야기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미디언배우 짐 캐리가 주연하고 연출은 짐 캐리와 인연이 깊은 톰 새디악 감독이 담당했던 코미디영화다. 여주인공으로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했으며, 누구라도 다 아는 모건 프리만이 신(God)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뉴욕 버팔로 지역방송 리포터로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뉴스를 현장보도 하지만, 정작 브루스 놀란(짐 캐리) 그 자신은 온통 불만투성이다. 그는 유명한 앵커가 되어 세상을 급변시키고 싶어하지만, 그의 현실은 막연하다. 반면에 브루스의 여자친구 그레이스(제니퍼 애니스톤)는 이웃을 도우면서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를 희망하는 보육원 원장으로 출연을 하고 있다. 브루스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처음으로 생중계를 행하는 날, 자신의 라이벌이 자신을 제치고 앵커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브루스는 홧김에 방송사고까지 내고 직장에서 해고마저 당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귀가길에 불량배들 에게 두들겨 맞기까지 한다. 게다가 여자친구 그레이스와도 다투고 밤길 운전중에 충돌사고까지 내게 된다.
거의 인내심이 바닥 난 브루스는 왜 자기에게만 이렇게 불운이 따르는 거냐며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원망을 퍼붓는데, 불현듯 그에게 울리는 자신의 무선 호출기, 부르스는 발신번호를 확인 하고 다음 날 찾아간 텅 빈 빌딩에서 청소부 복장을 한 ‘신(God)’역할의 모건 프리먼은 브루스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데, 자신의 능력을 빌려줄 테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자신이 있냐는 것이었다. 밑져야 본전인 심정으로 응한 브루스에게 꿈같은 날들이 열리지만 브루스는 이내 자신이 신으로서의 권리뿐만 아니라 온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올린 기도에 응답하는 것도 행해야 함을 알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 부르스가 인간들에게 베푼 무신경한 가호가 얼마나 일파만파로 자신의 바램과는 반대로 세상을 혼돈스럽게 만드는지를 말하기 원한다, 만약에 불꽃 같은 눈길로 우리들을 감찰하시는 하나님께서 잠시라도 한눈을 파시기라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부르스 올마이티’는 단말마적으로 잘 보여준다.
오래 전에 보았던 그 영화에서 필자의 가슴에 콕 와서 박혔던 “아들아 나는 네가 기도하기 바란다.” (I want you to pray, son)라는 명대사가 새삼 가슴을 떨리게 한다.
필자는 이제 그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라도 하나님의 섭리를 의심하지 않고 앞으로 베풀어주실 하나님의 뜻과 방법을 기도하며 기다린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우울증과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도하면서 주님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가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삶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포기한다는 말이 된다. 즉, 우리가 세운 계획과 열망,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하나님의 손에 맡기게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생애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항상 우리가 바라는 소망과 목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생애와 꿈들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과 더 일치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필자가 병상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가 시험과 환란의 상황과 조우했을 때 즉각적으로 우왕좌왕 우리 의지대로 행동하는 대신, 기도하며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잠잠히 주님 앞에 머무는 어려운 과정을 기다리는 것이다. 기도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우리가 깨달아 알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운명은 앞에서 날아드는 돌덩이이고, 숙명이란 뒤에서 날아오는 돌덩이라고, 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피할 수 있지만, 뒷통수에 대고 날아드는 돌은 피할 수가 없는 법이라고 필자가 아는 어떤 이는 말한다. 하지만, 믿는 자들이여 기도하라! 전능하신 하나님(올마이티 갓)은 우리를 향하여 날아드는 숙명 같은 환란의 돌덩이에도 능히 피할 길을 열어 주신다. 할렐루야!
최재훈 감독(Hnb픽처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