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은 할로윈 데이가 아니라 ‘종교개혁 기념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493년 전 오늘, 마르틴 루터가 써붙인 한 장의 격문

소설 마르틴 루터
레그 그랜트/홍종락 | 홍성사 | 614쪽 | 19,500원

493년 전 10월 31일, 비텐베르그성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며 종교개혁의 횃불을 치켜든 마르틴 루터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소설로 재구성한 <소설 마르틴 루터(홍성사)>가 발간됐다.

댈러스신학교 목회신학 교수인 레그 그랜트(Reg Grant)가 쓴 이 소설은 지난 2004년 출간된 <소설 마르틴 루터> 1·2권을 합본으로 엮었다.

저자는 “루터는 은혜가 없던 시대에 은혜를 위해 싸웠고, 회칠한 무덤에서 파낸 유골에 키스하던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이제 하나님의 아들에게 키스하라고 권고했다”며 “온갖 거래에 대한 제의와 타협의 달콤한 목소리들이 이제 그만 돌아서라고 유혹할 때도 성경의 돛대에 자신을 묶고 진로를 고수했다”고 평가한다.

그에게는 면죄부를 살 수 있는 돈이 있었고, 무엇보다 죽은 아내가 연옥의 불길 속에서 당할 한없는 고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면죄부 남용을 비판했고, 교회의 교서나 심지어 교회의 최고 권위자인 교황까지도 거침없이 비판하며 성경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소설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인간’ 마르틴 루터를 만날 수 있다. 여섯 자녀를 사랑한 다정한 아버지이자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청년 루터의 모습이 가감없이 공개된다. 놀랄만한 자제력이 있었지만, 지극히 감정적이고 때로는 야비하며 다혈질에다 외설적 언사조차 거침없이 내뱉는 우리와 같은 성정을 지닌 인간 루터다.

저자는 장르의 특성에 걸맞게 가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진지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통해 재미와 흥미를 이끌어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견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쉴새없이 등장하는 한국교회 앞에, 성문에 써붙인 반박문 한 장이 이같은 변화를 불러올 줄 자신조차 몰랐던 ‘종교개혁의 원조’ 루터의 일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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