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의 양심고백’에 대한 한 동성애자의 반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광고의 문란한 내용들은 이성애자들도 다를 바 없다”

지난 10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동성애자들은 말해주지 않는 ‘동성애에 대한 비밀-동성애자의 양심고백’ 전면광고에 대한 동성애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동성애자 인권연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에 따르면 “동성애자를 비롯해 시작된 성적 소수자들의 20여년 인권운동 역사가 이 글 하나로 호도되고 먹칠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자신을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그는 “나는 동성애자였다는 한 마디 말로 마치 내부의 양심고발자처럼 되어버린 글의 논조는 그동안 인권운동이 마치 진실을 감추고 거짓으로 일관한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라며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성애’라는 이름 하에 고통당하고 죽음까지 내몰린 자들이 떠오르면서 그 슬픔은 배가 되고 곱절이 된다”고 밝혔다.

이 글을 쓴 김정현 씨에 대해서는 “욕이나 분노보다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동성애자들 커뮤니티의 좋지 않은 면만을 보고 받았을 충격이나 느꼈을 고통에 대해 생각한다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아직 현실이 그가 동성애자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광고에서 드러난 김정현 씨의 경험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게이가 된 이유가 게이 포르노나 찜방, 군대 내 성접촉 때문이라는 원인 분석들은 분명 개인의 판단에 근거해 내린 명확하지 않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식성’이라는 동성애자들의 파트너 기준이나 성관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단호히’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며 “요컨대 이런 문란한 성적 행동들은 이성애자들의 세계와 다를 바 없으며, 이러한 내용에 놀라는 것은 ‘동성애자들의 세계에도 이러한 게 있었어?’라는 이유에서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의 ‘캠프(camp)’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역사에서 한번도 주류가 된 적 없이 소수자로 탄압받아온 동성애자들은 소통의 경로가 막힌 채 일종의 ‘패러디’로 주류에 대항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건데” 하는 식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과장을 통해 그러한 고통을 벗어나려 했는데, 트랜스젠더들이 현란하고 지나치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화장을 하는 ‘드랙’도 그들의 한을 캠프적 미학으로 표현해 거기서 오는 희열과 그들만의 즐거움으로 바꾼다. 이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한 변태적이고 괴상한 여장남자로 보일 수 있다는 논리다.

광고에서 드러나는 ‘깜짝’ 놀랄만한 사건들이나 장소는 결코 일반화될 수 없고, 이는 이성애 커뮤니티에도 동일한 구조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이성애’가 일종의 사랑으로 인식되는 데 반해 ‘동성애’는 동성간 성관계로 비춰지는 점을 계속 우려했다.

그는 이번 광고도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 △동성애는 치유될 수 있다 △후천적·환경적 요인이 동성애자를 만든다 △동성애자는 에이즈와 질병을 퍼뜨린다 등의 논지로 요약된다며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더 이상 논의하기 무의미할 지경이고, 설사 정상이 아니고 치유 가능하며 후천적 요인으로 질병을 가진 감염인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인권을 뺏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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