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최근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 당한 기독교인 여성이 22일(현지 시각)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아시아 비비(일부 언론에는 아시아 노린으로 보도됨)는 작년 6월경 자신이 일하고 있는 농장에서 무슬림인 동료들의 시비로 말싸움을 벌이던 중 “예수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마호메트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었다가 동료들은 물론 마을 무슬림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뒤 이들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비비는 이 일이 있기 전에도 자주 무슬림 동료들로부터 이슬람으로의 재개종을 강요 당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반 가량 투옥되어 있던 비비는 지난 8일 파키스탄 푼잡 주 법원으로부터 사형 판결을 받았다. 현지 교계는 이같은 판결은 지역 무슬림 지도자들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박해 소식지 컴파스 다이렉트 뉴스(CDN)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비비는 긴 수감 기간 동안 한번도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 변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45세인 비비는 5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다.
비비 이전에도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이 많이 있어 왔지만, 대부분이 항그러나 항고심 과정에서 석방되어 왔다. 그러나 여성이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언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있었던 일로,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슬람 국가들에서 신성모독법이 타 종교 탄압을 위해 무죄하고 약한 이들에게 적용되는 현실에 대한 환기를 촉구하고 있다.
파키스탄기독교총회(PCC)는 사형 판결 직후 비비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신성모독법 폐지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지 교계의 이같은 지지 속에 비비는 지난 20일 직접 대통령에게 사면 청원서를 작성했으며, 이는 푼잡 주지사에 의해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의 석방에 대해 현지 교계는 “우리는 그녀가 비로소 안전해진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성모독법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무고한 기독교인들이 고난 당하는 일이 없을 수 없다고 우려를 전하고, 신성모독법 폐지가 시급한 과제임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