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연평도 사태 성명서 “남측도 책임”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사태 발생 일주일여 만에 발표

그간 북한을 향한 비판을 되도록 자제해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희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가 터진지 일주일 가까이 지난 11월 29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이번 포격을 비판했다. 그러나 NCCK는 이 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여 상대를 자극한 남측도 결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지적한다”며 양비론을 폈다.

NCCK는 이 성명에서 “그 어떤 이유에서건 힘으로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는 옳지 않다”며 “더욱이 민간인까지 공격한 것은 규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남북 모두 무력에 의존하는 이상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남북 모두 무력에 의한 평화의 유혹을 단호히 배격하고 상호신뢰를 통한 대화와 각계각층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NCCK는 또 감정을 절제하고 평화를 위해 세계 교회가 기도해야 함을 강조한 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인 뜻 깊은 해”라며 “임마누엘 우리 주님의 평화가 어둠속에서도 메시아를 기다리는 한국교회에 가득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전문.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

“ 어미가 자식을 달래듯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니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라. ” (이사야 66:13)

대림 절기에 주님의 은총이 한국 교회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주의 길을 예비하는 시기에 안타깝게도 우리는 충격적 사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후 남북 간에 여러 충돌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것은 처음이기에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포격으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중상으로 고통 받는 부상자들, 지금도 삶의 터전을 잃고 두려움 속에서 절망하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혼돈의 시대에 한국교회가 한 마음으로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1. 한반도 평화는 힘이 아니라 믿음이 기초입니다.

이번 사건이 북측 내부의 정치적 이유든지 또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기 위함이든지 그 어떤 이유에서건 힘으로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더욱이 민간인까지 공격한 것은 규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북측이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통일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동시에 그동안 여러 차례 충돌이 발생했던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여 상대를 자극한 남측도 결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지적합니다. 남북 모두 무력에 의존하는 이상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남북은 서로 상대방에 의한 무력 통일에 대해 의구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 기초는 힘이 아니라 믿음입니다. 한국교회는 남북 사이에 믿음의 토대가 형성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불신과 단절의 현실에서 더 자주, 더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하고 교류할 때 신뢰의 기초를 쌓을 수 있습니다. 평화에 이르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곧 길입니다. 남북 모두 무력에 의한 평화의 유혹을 단호히 배격하고 상호신뢰를 통한 대화와 각계각층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 감정의 절제와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 온 나라의 감정이 격앙되고 있습니다. 즉각 보복, 몇 배로 응징, 첨단 무기 확충 등의 언사가 넘칩니다. 적절했던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마저 격한 비판에 휩싸일 정도입니다. 전면전을 감수하더라도 복수해야 한다는 고양된 감정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전쟁을 통해 이 사실을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번 포격의 희생자와 유족, 연평도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한국교회는 혼란과 아픔의 시기일수록 성령께서 주시는 절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지난 10년 동안 지속된 대북 포용정책과 최근 3년간 급격히 변화된 대북강경책 중 어느 것이 더 평화적인 방법인지, 남북 최고 당국자가 합의한 6.15선언과 10.4 선언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평화협정을 어떻게 체결해야 하는지, 평화를 위한 정치 · 경제 · 시민사회 · 종교계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신중하게 논의하고 의견을 모으는 사회 분위기를 한국교회가 만들어갈 때 평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고백하기에 이 사건을 통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기 위해 주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3. 평화를 위해 세계 교회가 함께 기도합니다.

이번 포격 사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세계 교회에도 심각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 세계교회협의회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등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기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모두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세계 곳곳의 교회를 통해 성령의 사역을 이어가십니다. 모든 교회는 역사와 구조가 다르다 해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입니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등의 어려운 고비마다 세계교회의 기도와 협력을 받아왔습니다. 그 사랑에 힘입어 한국교회는 놀랍게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개인 축복과 개체 교회 성장주의를 넘어 세계교회가 하나임을 고백합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시련과 핍박 가운데 선교하는 제3세계의 많은 교회가 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이들과 연대하며 기도의 끈을 굳게 이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교회의 기도와 연대가 어떻게 한반도에서 평화의 열매를 맺었는지 증언하며 세계 곳곳 죽음의 현장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선언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성도 여러분 !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인 뜻 깊은 해입니다. 분열은 곧 공멸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우리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주님의 오심을 고대하는 시기입니다. 이 영원한 희망 앞에 서서, 한국교회는 부활의 확신을 가지고 분단의 십자가를 메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주님은 그리스도인의 행복을 이렇게 노래하셨습니다. “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마태 5:8) ” 임마누엘 우리 주님의 평화가 어둠속에서도 메시아를 기다리는 한국교회에 가득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2010년 11월 29일 대림절 첫째 주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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