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강요하기보단 ‘소통’ 문제 진솔하게 표현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리뷰] 다큐영화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케냐 쓰레기더미 마을서 탄생한 지라니어린이합창단 리얼스토리를 그린 다큐영화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가 오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기존의 구호단체 관련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는 갈등과 소통에 대해서 진솔하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케냐 지라니어린이합창단 스토리 그린 다큐영화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케냐 지라니어린이합창단 스토리 그린 다큐영화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은 2005년 케냐를 방문했던 임태종 목사가 빈민가 아이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음악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만들게 됐다.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기존의 국제 구호 활동으로는 아프리카 빈민들의 자립을 돕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임 목사는 단순히 먹을 것, 입을 것을 건네는 일차원적 구호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사람만기 가지는 잠재력을 성장시키는 새로운 차원의 구호를 생각했다. 그것이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이었다.

이 영화에는 합창단의 창단초기부터 미국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영상으로 드러난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위치한 고로고초 단도라 슬럼을 둘러싼 거대한 쓰레기장은 생각보다 더욱 처참했다. 개, 돼지, 소, 새들이 사람과 함께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 곳에 과연 ‘희망’이 있나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절망의 기운이 짓누르는 이 마을에 임태종 목사가 설립한 지라니(좋은 이웃) 합창단은 어린이들에게 삶을 살아갈 소망이 되어준다. 비록 삶은 비참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어린이들을 행복했다. 눈빛은 희망으로 반짝거렸다.

천상의 노래로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던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꿈에 그리던 미국공연을 준비한다. 하지만 미국공연과 함께 지라니에 찾아온 갈등과 시련은 시카고 공연에서 아이들까지 문제를 일으키며 그 절정에 다다른다.

▲쓰레기 더미로 둘러싸인 고로고초 마을사람들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쓰레기 더미로 둘러싸인 고로고초 마을사람들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담당한 이창규 감독은 “어느 조직에서나 존재하는 갈등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던 지라니합창단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어떠한 결론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보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해 사람들이 직접 판단하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영화에는 지라니라는 연결고리로 한 뜻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도 현실을 바라보는 방향도 달랐으며 현실에 기초한 이상의 크기도 달랐음을 보여준다. 미국공연을 치루는 가운데 ‘내부적인 불화’라는 단체 속 치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공연으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각자 자신이 가졌던 지라니의 이상을 논하던 스탭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 지라니를 떠났다고 한다. ‘성숙한 글로벌리더 양성’이라는 처음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스탭들은 합창단에 남아 아트스쿨과 뉴욕 할렘지라니 창단 등의 길을 걷게 된다.

이창규 감독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선한 사람들로 그려지는 이야기가 아닌 음악, 교육, 그리고 소통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특히 어떠한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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