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밤 공영방송 KBS1 TV에서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나는 동성애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내용을 방송하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고, 동성애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다시 한 번 동성애에 대한 문제점을 부각시키려 하였다.
또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군형법 제92조에(계간鷄姦-동성애를 말함 및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있다.
그리고 KBS 방송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 내용도 공개하고 있다. 즉 전국의 12세 이상 남녀 15,600명에게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질문 가운데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 52.5%의 사람들이 ‘찬성’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대는 26.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내용과 결과로만 놓고 보면, 우리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편이 많다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이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의 현실적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과 법적지위를 통하여 동성애를 인정하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동성애는 성적 소수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관습이나 정서, 또는 창조적 질서에서 놓고 볼 때 문제점이 크다는 것을 비껴가기 어렵다.
게다가 동성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에는 단순히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권보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지 못한 성지향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날 방송의 또 다른 문제점은, 나름대로 여론을 반영하기 위하여 설문조사한 내용을 밝혔는데, 그 표본 집단이 과연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했느냐를 알 수 없다. 표본 집단의 연령을 12세 이상이라고 한 것에서도 그런 문제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 된다. 표본 집단 중에 초․중․고 청소년들을 포함시켰다는 것인데, 더구나 미성년자들은 민법상 법적 보호 대상자들 아닌가! 여론조사는 어느 대상, 어떤 집단을 표본으로 했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므로 방송사의 의도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KBS는 뉴스를 통해 시청자들이 동성애에 대하여 오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공표하고 있다. 이 방송은 5일 시사 프로그램 방영에 앞서, 4일 낮 뉴스를 통해, ‘52.5%의 응답자가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하여, 마치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를 찬성하는 분위기가 훨씬 많은 것으로 유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40여 년간 동성애자로 있다가 지금은 치료가 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면서, 동성애자 치유 상담에 앞장서고 있는 이요나 목사(63세)의 인터뷰 내용에서 ‘동성애도 치료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제외하므로, 동성애자들도 치료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타고난 동성애와는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여야 했다. 최근 의학적 역학조사에 의하면 타고난 동성애자, 즉 동성애는 유전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과 같은 국가 안보 위기 속에서 군대에서의 상명하복에 의한 동성애가 만연된다면 이는 곧 군 기강의 문제와 심각한 전력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의 이날 방송은 동성애에 대해에만 초점을 맞춰서, 동성애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어디에 있으며,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동성애자들임을 빠트리고 있다. 또 한 가지 동성애를 질병적 차원에서 치료의 가능성이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가 이날 방영한 ‘나는 동성애자입니다’라는 시사 프로그램은 동성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와 상관없이, 동성애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라기보다 ‘해묵은 찬반 논란에 찬성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