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크리스마스 스타’(nativity)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이들은 교회에서 ‘성탄극’(nativity play)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마리아와 요셉, 말구유에 놓인 아기 예수가 반드시 등장하는 성탄극은 대한민국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대부분 스토리가 비슷하다.
기독교국가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기독교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성탄극을 준비하기도 한다. 영화 ‘크리스마스 스타!’(원제: Nativity!)는 성탄극을 준비하는 초등학교 교사와 아이들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다.
크리스마스 따위 신경 끄고 살고픈 까칠한 초등학교 교사 폴 매든스(마틴 프리먼). 그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사랑했던 애인 제니퍼(애슐리 젠슨)가 크리스마스가 되던 날 밤,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기획한 성탄 공연은 할 때마다 죽을 쑨다.
죽어도 맡기 싫던 성탄 공연을 다시 준비하면서 그는 친구 고든 셰익스피어(제이슨 왓킨스)에게 할리우드 프로듀서가 된 옛 여자친구 제니퍼가 자신이 만든 공연을 보기 위해 할리우드 스태프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한다는 허황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우연히 하게 된 거짓말이 온 마을에 알려지면서 일은 점점 커져가고,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꿈은 부풀어가지만, 그와 동시에 폴의 고민도 점점 커져만 간다. 거짓말을 진실로 되돌리기 위해 할리우드행을 감행한 폴은 제니퍼를 만나지만 일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결국 폴의 거짓말은 들통나고 아이들이 준비한 성탄극은 무대에 올려질 기회조차 잃게 되고, 폴은 위기에 처한다.
크리스마스는 주인공인 예수님이 빠진 채, 산타클로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푸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예수탄생을 메인스토리로 다룬 ‘기독교영화’다운 영화가 없는 마당에 ‘예수탄생극’을 준비하는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상업영화의 존재가 반갑기만 하다.
크리스마스 스타를 꿈꾸며 주인공 마리아와 요셉 역을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어린이들의 오디션 장면은 이 영화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다. 타고난 힙합본능으로 멋진 댄스 실력을 선보이고, 숨을 참기 시작한 3초 만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흔치 않은 재능을 선보이는 어린이도 있다.
무엇보다 뮤지컬로 각색한 어린이들의 성탄극은 다채롭고 재미있으며 포스트 모더니티하다.흑인이 된 가브리엘 천사는 랩을 하고 춤을 추며, 피아노줄을 허리에 매달고 성탄공연의 무대가 된 코벤트리 성당 폐허를 날아오른다. 마리아와 요셉이 된 어린이들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그럴싸하게 부른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알렸던 동방박사들은 힙합댄스와 브레이크 댄싱을 선보인다.
하지만 공연이 올려진 코벤트리 성당 폐허는 거룩한 분위기를 더한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공연의 마지막 부분을 연기하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초등학생 딸이 성탄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이 영화를 연출한 데비 아이싯 감독은 전쟁으로 인해 손상된 성당을 극중 성탄 공연의 무대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담긴 평화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평소엔 투닥거리며 다투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만큼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멋진 공연을 완성한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 이런 아이들의 진심이 담긴 사랑스러운 공연에 감동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통했는지 작은 마을에 기적이 일어난다. 그 기적은 다름아닌 모두가 유쾌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화해’에서 비롯됐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