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 폭력… 갈수록 심각해지는 ‘게임중독’, 치료는?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돌봄 필수

▲ 게임중독으로 인한 병폐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 크리스천투데이DB

▲ 게임중독으로 인한 병폐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 크리스천투데이DB

최근 잠원동 성당 앞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미국 명문대를 중퇴한 23세 젊은이로 밝혀졌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한 이 청년은 ‘블레이블루’라는 폭력게임에 중독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월에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게임을 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보도됐다.

잇따른 사건의 배후에는 ‘게임중독’이라는 공통된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초중고생 가운데 약 7%인 51만명은 게임중독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등학생이 7.7%로 가장 높으며 중학생이 7.0%, 고등학생은 6.7%가 중독 상태로 나타났다. 성인의 경우 약 96만명이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 상태로 추정된다.

게임중독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도피 심리’다. 맞벌이로 부모가 경제활동에 전념하느라 자녀를 돌보기 힘들거나 이혼 등으로 가정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할 경우 게임중독으로 빠지기 쉽다.

김인환 목사(지구촌교회 교육훈련부)는 저서 ‘사춘기 자녀를 위한 부모멘토링’에서 게임중독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개체성과 정체성을 현실세계에서 찾는 데 실패한 아이들이 중독에 빠진다”면서 “현실 세계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이버 세계에서 나름의 성취감을 얻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이레기독학교 송미경 교장은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존감이 약하거나 또래들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게임)에 머무르려 한다”고 말했다. 게임은 학교, 학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갑갑함 등 현실세계를 회피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이 가상공간 속에서 게이머는 ‘파워맨’이 돼 내재된 파괴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다.

게임중독은 ‘폭력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즐기는 대부분의 게임은 칼싸움이나 총쏘기 등 폭력성향이 강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불안한 정서를 가진 아이들이 자신을 감독해주거나 보살펴 줄 어른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데서 온 불안한 마음을 폭력성으로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

대처방법

▲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부모와 자녀의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크리스천투데이DB

▲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부모와 자녀의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크리스천투데이DB

송 교장은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간 신뢰관계”라며 “맞벌이부부나 편부모 가정의 자녀들이라 하더라도 모두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는다. 부모나 부모를 대신할 만한 보호자와 자녀가 신뢰관계를 구축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면 의외로 예방이나 치료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게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거나 게임을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누는 초기 단계(호기심 단계)는 대처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서울시 아이윌센터가 소개한 단계별 부모대처법에 따르면 초기단계에서는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하기보다는 스스로 게임을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 목사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모가 자녀들이 현실세계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혜롭게 유도해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공부만 강조하지 말고, 스포츠나 미술, 음악, 독서 등 자녀가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주라”고 조언했다.

게임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시험이나 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중기(대리만족 단계)나 후기(현실도피 단계)에서는 가정에서 자체적인 대화로는 해결이 힘들다.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미디어교육 캠프나 게임중독 예방이나 치료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송 교장은 “크리스천 가정이라도 부모가 기독교적인 교육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율법적인 양육태도를 보인다면 자녀들이 이러한 부모의 모습에 신뢰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먼저 부모가 자녀 앞에서 바른 삶을 살겠다는 고백이 있은 후, 가정예배를 드리거나 큐티를 하는 등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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