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라스트갓파더’ - ‘영구’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띠리리리~’로 시작되는 배경음과 함께 치켜 세운 양쪽 엄지손가락, 땜빵으로 포인트를 준 헤어스타일과 웃으면 드러나는 검은 앞니, 그리고 검정고무신…….

1980년대 어린이들이 열광했던 추억 속의 캐릭터 ‘영구’다. 코미디언 심형래가 분했던 영구는 ‘영구 없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전 국민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심형래는 영구를 주인공으로 한 ‘영구와 땡칠이’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았고 2백만명(비공식집계)이 넘는 어린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이른바 ‘신드롬’을 일으켰다.

▲바보 영구, 마피아 대부의 아들로 돌아오다. 영화 ‘라스트갓파더’.

▲바보 영구, 마피아 대부의 아들로 돌아오다. 영화 ‘라스트갓파더’.


그 영구가 이젠 할리우드로 진출,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로 다시 태어났다. 반질하게 빗어넘긴 2대 8가르마와 짧은 양복 재킷과 바지를 입은 새로운 버전의 영구는 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라나 영어도 제법 알아듣는다. 콩글리시가 간혹 눈에 띄지만 ‘오~케이~’를 연발하며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과 소통한다.

누가 봐도 남다른 영구(심형래)는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를 찾아 뉴욕에 왔다가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마피아 수업을 받게 된다. 영구 때문에 당연히 자신이 될 것으로 믿고 있었던 후계자의 꿈을 접게 된 조직의 2인자 토니V(마이크 리스폴리)는 설상가상, 마피아로서 영 가망 없어 보이는 영구의 교육을 맡게 된다.

영구 역시 좌충우돌 후계자 수업에 지쳐있던 중, 우연히 뜻하지 않게 위험에 처해있던 라이벌 조직 본판테의 외동딸 낸시(조슬린 도나휴)를 구해주면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상납금을 걷으러 나서 상가주인들을 괴롭히지만 그런 영구의 횡포가 오히려 빅히트상품을 탄생시켜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이런 영구를 못마땅하게 여긴 본판테 조직의 2인자 비니가 낸시를 납치한 후 이를 영구의 짓으로 꾸며 돈 카리니와 본판테 조직의 전쟁을 일으키고, 음모에 빠진 영구는 뜻하지 않은 활약을 한다.

‘심형래 감독의 글로벌 휴먼 코미디’라는 거창한 제목처럼 1950년대 뉴욕을 재현한 장대한 스케일과 ‘피아노’,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명연기를 선보인 하비 케이틀과 같은 세계적인 배우가 영구와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하다. ‘유머 일번지’에서 보던 1980년대식 슬랩스틱 코미디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무엇보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인상깊다. 수녀가 운영하는 고아원을 위해 마피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영구는 남들보다 지적인 면에서 부족하지만 사랑과 배려가 무엇인지 알기에 ‘바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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