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교인 겨냥한 테러로 새해 첫날 120여명 사상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국제사회·교계 연이어 규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못해”

이집트에서 새해 첫날 기독교인들을 겨냥해 발생한 테러로 사상자가 12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세계 교계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콥틱 정교회 성당인 세이츠 처치 밖에서는 자정 미사를 드리고 나오던 인파들 가운데서 자살 폭탄 테러범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이 일어나 현재까지 21명이 숨지고, 9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테러는 최근 몇 년간 이집트에서 일어난 테러 가운데서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낳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접한 즉시 성명을 발표하고 규탄했으며, 캐서린 애쉬튼 유럽연합(EU) 외교위원회장 역시 “어떤 이유도 이같은 범죄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력한 비판 의사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 이집트 경찰 당국이 배후 세력으로 의심되는 7명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일 이집트 콥틱 교인들은 정부와 교계 지도자들에 교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좀더 나은 해결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이미 한 달 전 알 카에다로부터 교인들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이 있었으나 어떤 대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집트에서는 콥틱 교회력으로 성탄절이 있었던 작년 1월에도 무장괴한들이 성탄 미사를 드리고 나오던 교인들에게 무차별적 총격을 가해, 6명이 사망하고 무슬림 행인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적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세계 교계 역시 규탄과 우려의 뜻을 밝혔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울라프 트비트 총무는 성명을 통해서 이를 “무고한 예배자들에 대한 극악무도한 공격”이라고 비판하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중동 국가 지도자들은 물론 종교 지도자들에게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종교인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에큐메니칼 교계 대표로서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문과 기도문을 보내기도 한 그는 “지도자들이 종교간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모두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인들은 이집트 7천9백만 인구 가운데 12%를 차지한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이집트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커뮤니티는 오랜 평화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기독교 인구의 눈에 띄는 증가가 극단주의 이슬람에 의한 박해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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