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막기보다 소수종교 탄압에 악용되는 경우 많아
신성모독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최근 이 법의 개정을 위한 검토가 조심스럽게 추진되어 온 가운데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성직자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고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작년 말 최초로 여성이 신성모독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 받으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2009년 6월 아시아 비비는 무슬림 동료들에게서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모욕을 당한 뒤 이어진 말다툼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는데 마호메트는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했느냐”라고 물었다가 체포되어 신성모독법 혐의를 받았고 작년 11월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오픈 도어즈, 릴리즈 인터내셔널 등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들이 다섯 자녀의 어머니인 비비의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아울러 파키스탄 현지 교계 역시 비비의 혐의 취소와 함께 신성모독법 철폐를 요구해 왔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신성모독법이 비무슬림들에 대한 종교적 탄압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현지 교계 지적에 따라 철폐까지는 아니지만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개정안을 고려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비의 무죄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파키스탄 연방소수국 샤바즈 바티 장관을 위협하고, 비비의 사면을 검토하고 있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에게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와 공격이 있을 것이라 예고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은 이번 개정안 검토에 대해서도 맹렬히 반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에 따르면 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는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해, 라호르, 카라치, 페샤와르, 케타에서 동시에 수니파 이슬람 성직자들의 신성모독법 개정 반대 시위가 2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또한 비비의 사형 집행을 요구하면서 마호메트를 모독한 이에게 마땅한 응징을 내려 줄 것을 촉구했으며, 그렇지 않을시 누구든 비비를 죽이는 이에게 거액의 돈을 지불할 것으로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신성모독법은 마호메트를 모독할 경우 이를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으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기반해 1980년대에 제정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와 비슷한 법이 있어 코란을 훼손할 경우 이를 종신형으로 처벌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법들은 신성모독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무슬림이 아닌 기독교인이나 소수 종교를 믿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위해 적용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CP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가 신성모독법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반발로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해서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알렸다. 라자 안줌 영국 에식스 주 의원은 지난 성탄절 파키스탄에 도착, 비비의 석방과 신성모독법 개정을 위해 현지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으며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며칠 내로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