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글러브’-사랑을 듣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어김없이 우리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여러 계획들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을 때다.

한 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는 당신에게 이 영화는 과감하게 시작할 ‘용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한다. 청각장애인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글러브’다.

최다연승, 최다탈삼진, 3년 연속 MVP…….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였던 김상남(정재영 役). 음주폭행에 야구배트까지 휘둘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잠깐 이미지 관리나 하라는 매니저의 손에 이끌려 그가 간 곳은 청각장애 야구부가 설립된 천주교 재단 ‘충주성심학교’다. 김상남은 그 곳에서 임시코치직을 맡게 된다.

야구부 전체 정원 열명, 더욱이 아이들의 실력은 정상인 중학교 야구부와 맞붙어서도 가까스로 이기는 실력이다. 듣지 못해 공 떨어지는 위치도 못 찾고, 말 못해 팀플레이도 안되는 이야구부의 목표는 전국대회 첫 출전. 상남의 등장에 그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상남은 여전히 “글쎄, 안된다니까”를 외친다.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 ‘글러브’.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 ‘글러브’.


그 누구보다 전국대회 출전에 부정적이었던 상남은, 아무도 믿어주지도 않고 자기가 친 홈런소리조차 듣지 못하지만 글러브만 끼면 치고 달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고, 급기야 또 한번 대형사고를 치는 마는데…….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야구에서 가장 필요한 기본장비인 글러브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추가했다. ‘GLOVE’에서 G를빼면 LOVE가 남는다는 것. 그는 ‘야구에는 사랑이 있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먼저 알게 된 청각장애 아이들이 끝없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랑이라는 자신만의 결론을 내놓는다.

청각장애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라는 면에서 ‘소통’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성경에도 예수님께서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고치시는 장면이 나온다. ‘에바다’라는 말씀으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던 주님은 갈릴리 호수 근처에 살던 청각장애인 한 명을 고쳐주셨다. 주님의 사랑으로 고침받은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맺힌 것이 풀려 말이 분명해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여러가지 매체들이 발달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지만 하나님과의 소통이 막혀 그 분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하나님을 찬양할 줄 모르는 말 더듬는 모습을 문득 발견한다.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 주위에 친구는 많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아 서로의 마음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이 충주성심학교 아이들의 귀와 입을 깨워 세상으로 나서게 했듯, 듣고 말하지 못하는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며 탄식하시는 주님의 사랑이 닫힌 우리의 귀와 입을 열어주시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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