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 선언 뒤 인준… 법적 논란 비화 우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제22회 정기총회가 길자연 대표회장 당선자의 인준을 앞두고 소란 끝에 정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광선 대표회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퇴장한 뒤, 자리에 남아있던 몇몇 공동회장들과 명예회장들을 중심으로 임시의장을 선출해 길자연 당선자를 인준했으나, 이에 대한 법적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기총은 20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개회가 선언된 뒤 2010년도 경과 및 보고 등의 회순에서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총회는, 그러나 대표회장 인준 과정에서 큰 파행을 겪었다. 몇몇 총대들이 잇따라 위법사항을 지적하며 강하게 항의한 것.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길자연 당선자가 후보 시절 위법사항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엄신형 목사)가 중요한 사안임에도 실행위원회에서 서면으로만 보고했다는 것.
당초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0일 회의에서 ▲길자연 후보가 이광선 대표회장이 선관위원들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는 2010. 12. 10. 기자회견에서 한 말 ▲2010. 12. 14. 정책발표회에서 처치스테이건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허위진술한 것 ▲길자연 목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인 홍재철 목사가 선거관리위원 1명을 대동하고 타 선거관리위원을 방문 및 지지 요청한 것 등 세 가지에 대해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결의했다. 그리고 이를 대표회장과 실행위원회에 보고하기로 가결하고 문서를 작성하여 선거관리위원 전원이 서명했다.
선관위원장인 엄신형 목사는 당시 실행위원들의 동의와 제청에 따라 서면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대들은 “이런 위법사항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총회에서 인준해줄 수 있느냐”는 쪽과, “이미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데 이제 와서 과거의 절차를 다시 문제삼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쪽이 갈려 치열하게 대립했다.
결국 수십명의 총대들이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하자, 이광선 대표회장은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회의 진행을 못한다”며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대표회장이 회의장을 떠난 뒤 자리에 남은 총대들은 대표회장이 정하는 일정에 따라 속회해야 한다는 측과 임시의장을 뽑아 회의를 진행하자는 측이 나뉘어 대립했다. 특히 이용규 목사(기성)와 지덕 목사(기침) 등 남아있던 몇몇 공동회장 및 명예회장들이 긴급연석회의를 갖고, 임시의장으로 조경대 목사(예장 개혁)를 선출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용규 목사는 한기총 정관 제5장 1. 다항의 공동회장의 임무 중 “대표회장을 보좌하며, 대표회장 유고시에 대표회장이 지명한 공동회장이 이를 대리한다. 단, 지명하지 아니하였을 때는 연령순으로 대행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경대 목사는 남아있던 142명(총 375명)의 총대들을 상대로 속회를 선언한 뒤, 길자연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인준했다. 길자연 목사는 “하나님 앞에 송구하고 참담하다. 한국교회의 발전을 저해할까 두렵다. 두 조각 난 한기총을 하나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힌 뒤 회무를 진행, 2011년 사업계획과 예산안 등을 다룬 뒤 폐회를 선언했다. 그 와중에서 합동측 황규철 목사가 “이광선 목사에 대한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길자연 목사가 극단적 대립을 해선 안된다며 제지하자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편 몇몇 공동회장들과 명예회장들을 중심으로 총회를 속회한 것에 대해 불법성을 지적하는 총대들도 있어, 이 문제는 앞으로 법적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감리교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