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초유의 한기총 대표회장 인준거부 사태
한기총 정기총회가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인준 문제로 전에 없던 파행을 겪었다. 의장인 이광선 목사가 정회를 선언하고 퇴장한 뒤 남아있던 총대들이 임시의장을 선출해 길 목사를 인준했지만, 적법성 논란으로 인해 자칫 감리교 사태처럼 장기화·극단화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한국교회의 많은 관계자들은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 등 한기총 지도자들이 현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으리라고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같은 갈등 상황의 원인을 면밀히 살피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최고의결기구인 총회가 아닌, 실행위에서 선거 치르는 한기총
물론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시정해야 할 것은 대표회장 선거를 실행위에서 하도록 한 정관이다. 총회는 보통 1년에 한 번 열리는 데다가 많은 수의 총대들이 모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에, 대다수의 교단과 단체들은 ‘임원회’를 두어 주요 업무를 위임한다. 그리고 선거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대부분 총회에서 이를 진행한다.
그러나 한기총의 경우 총회와 임원회 사이에 분기별로 열리는 ‘실행위원회’를 하나 더 두고 있으며, 실행위에서 선거를 하고 총회에서 인준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표회장 당선자가 한 번 더 선거를 치르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실행위원회의 역할과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실행위나 총회나 주로 참석하고 발언하는 이들은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이를 별도로 두다 보니 업무와 논의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저해될 뿐 아니라 비용과 에너지가 낭비된다. 심지어 이 절차를 악용해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의 결정과 활동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이 임원회와 실행위원회, 총회에서까지 집요하게 배후 공작을 해 무력화시키려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번 사태 인준 거부 사태 역시 하나의 전례가 되어 선거 낙선자측이 총회 때마다 인준을 거부하는 해프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총회에서 선거 치르자는 정관 개정안 시도했으나…
이같은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지난 제21회기 중에 있었다. 대표회장 취임 당시 ‘아름다운 개혁’을 표방한 이광선 목사는, 이를 위해 변화와발전을위한특별위원회(위원장 최성규 목사, 이하 변발위)를 구성하고 정관·운영세칙·선거관리규정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개정안에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실행위원회가 아닌 총회에서 선거를 하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개정안은 많은 반발에 부딪힌 끝에 극히 일부분만 수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때문에 이번 제17대 대표회장 선거는 기존 정관대로 실행위원회에서 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정관·운영세칙·선거관리규정 개정에 대해 가장 앞장서서 반대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길자연 목사였다. 물론 길 목사가 반대한 이유가 선거를 총회에서 치르게 하자는 내용 때문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당시 정관이 개정됐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광선·길자연 목사와 원로 지도자들, 화합에 앞장서야
다행히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 모두 한기총의 변화와 이를 위한 정관 개정의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길 목사는 총회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한기총 정관을 개정해 다시는 법 문제로 한기총이 갈등을 겪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이 목사 역시 지난해 정관 개정안이 부결된 직후 “앞으로도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어느 때든 기회가 오리라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조각 난 한기총의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키 멤버는 누가 뭐래도 이 목사와 길 목사다. 두 사람은 사심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공의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모순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로들과 지도자들도 편가르기와 줄서기가 아니라 화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