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길게 하는 칭찬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74)

“엄마, 이거 제가 그렸어요!”
“이게 뭐냐?”
“저 꽃을 그린 거예요. 어때요?”
“좋다!”
“색깔은요?”
“좋아!”
“그냥 좋아요? 피이….”

효과적인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칭찬의 말을 길게 하는 것이 매우 좋다. 짧은 말은 상대방이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물론 상대방의 잘한 일에 대해서 칭찬하는 것이므로 짧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격려의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이해하고 듣겠지만 그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이를테면 학교나 가정에서 어떤 일을 잘했을 때에 엄마나 선생님이 “수고했다!”라는 말 한 마디로 칭찬을 다 해버렸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칭찬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이 더욱 좋다. “얘야! 중학교 1학년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니? 참 대단한 생각을 했구나! 엄마는 너만할 때 그런 생각을 해 보질 못했는데…. 너는 참 기특하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면 훌륭하게 될 수 있겠다!” 이와 같이 말을 길게 해야 한다.

부모가 짧은 단어를 즐겨 사용하면 그 자녀의 성격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정서적이지 못하고, 단어 학습도 늦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유아를 둔 부모의 경우에 자녀에게 젖을 줄 때도, 물론 아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젖을 먹일 때 성경을 읽어 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세계적으로 명석하다는 소리를 듣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말을 짧게 하는 것은 좋은 의사소통 방법이 아니다. 짧은 시간의 대화에서 짧은 단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단어가 짧으면 명령형으로 이해하기 쉬워져서 서로 간의 깊은 감정적 교류가 형성되기 어렵다.

어떤 가정에서는 “몰라!”, “안 돼!”, “신발 치워!”, “저리 가!”, “TV꺼!”, “자자!”, “밥 먹자!”등의 짧은 대화를 나눈다. 이처럼 자녀들에게 짧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부모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이런 말 속에 풍부한 감정적 교감을 갖기도 어렵다. 심지어는 답변을 요구할 때도 “했어? 안 했어? 그것만 말해!”라고 하면서 가정을 수사관의 취조실로 만드는 부모도 있다. 사실상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할 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할 말이 없다기보다는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간혹 동네 병원에 가 보면 이상할 만큼 환자가 많은 병원이 있다. 잘 분석해보면 의사가 말을 많이 해주는 병원임을 곧 발견하게 된다. 환자들은 의사가 어떤 의과대학을 나왔는지, 의료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 수 없다. 환자들은 환자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는 의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환자는 자상하게 말하는 의사를 의료기술과 상관없이 신뢰한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으로 인해서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극복하려는 용기를 갖는가’는 의사의 말에 달려 있다.

성경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칭찬하신 것을 잘 분석해보면 역시 말씀을 짧게 하지 않으셨다. 마태복음 25장의 비유에서도 보면 “잘했다!” 이렇게 짧게 말씀하시지 않고,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마 25:23)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그렇게 보면 말을 길게 하는 칭찬은 성경적인 방법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늘부터 아내와 자녀에게 말을 길게 하여 칭찬을 해보자. 아마 평상시에 숙달되지 않아서 칭찬을 하는 사람도 어색하고 듣는 사람은 더 어색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왜 이러세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말을 듣더라도 열심히 긴 문장을 사용하여 칭찬을 하면 틀림없이 변화가 생길 것이다. 먼저 자신의 변화, 그리고 그 칭찬을 듣는 상대방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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