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선 목사의 금권선거 양심선언 기자회견문 전문]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광선 목사. ⓒ송경호 기자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광선 목사. ⓒ송경호 기자

사랑하는 한국교회 성도들, 그리고 한기총 지도자 여러분. 주후 2011년 설 명절을 잘 지내시고,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연휴기간에 홍전신일기도원에서 아픔과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하루속히 이 무거운 십자가,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적법절차에 따라 인수인계한 후 얼마 남지 않은 목회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한기총의 전임(前任) 대표회장으로서 한기총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 40여 년간 즐겁게 목회를 해왔지만 그러나 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나라가 잘 되려면, 한국교회가 잘 되어야 하고 한국교회가 잘 되려면 한기총이 새로워져야 함을 통렬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70년대에만 해도 교회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 때에는 우리 국민이 교회를 존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민주화를 위해 교회가 고난당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바깥 사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 왔지만 교회는 거의 개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한심하게 비쳐져 교회를 찾아오는 발길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개교회주의에 안주해 왔습니다. 그 결과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는 커녕 성장제일주의, 물질만능주의, 상업주의로 비쳐졌고 교단은 분열을 거듭하여 그 이름도 모를 지경입니다. 더욱이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금권선거가 교회 안에서는 아직도 판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비뽑기로 총회장을 선출하는 제도가 아직도 존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복음이 전해질 수가 없습니다. 70년대나 3.1운동 당시처럼 사람들이 자기발로 교회에 찾아오도록 하려면 교회는 뼈를 깎는 자세로 자기혁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기총부터 개혁되어야 합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청와대가 개혁의 사령탑이라면 교회에서는 한기총이 개혁의 사령탑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 한기총은 개혁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교회 지도자들이라면 누구든 한 번씩 거쳐가기를 원하는 명예의 자리였을 뿐입니다. 그 결과 한기총은 냉소와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가장 개혁되어야 할 단체로 지목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너무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했던 이유는 한기총 개혁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출마했을 때 저는 ‘양심과 법 규정’에 따라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로 쓰라린 패배를 겪었습니다. 깨끗한 선거를 하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이 현재의 한기총 선거풍토입니다.

선거에서 패배한 후 저는 달포 동안 고난과 고통 중에 기도했습니다. “주여! 내년에는 흙탕물에 빠져서라도 대표회장이 되어 한기총의 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락해 주옵소서”라고 간구했습니다. 주위에서도 “목사님, 이번에는 남들처럼 하십시오. 그리고 당선직후부터 금권선거를 추방할 제도개혁을 꼭 이루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저는 압도적 표차로 대표회장이 되었습니다.

대표회장이 되자마자 저는 한기총 변화발전위원회를 두고 개혁의지가 강한 최성규 목사님을 위원장으로 추대하여 정관, 시행세칙, 선거규정의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실행위원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금권선거는 한기총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입니까. 개혁을 담고 있는 개정안에 대한 이해부족, 이해관계, 집단 이기심 등에 휘말려 총회에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제 능력과 정치력이 부족해서 개혁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기총 개혁을 염원했던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대표회장 임기를 마치면서도 재선 도전을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한기총 개혁노력이 허망하게 끝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합동측이 대표회장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이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강직하고 의로우신 합동측 김동권 목사님이 이 개혁을 대신 이루어주시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김동권 목사님도 결국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뻔히 예상된 결과였습니다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기총 선거과정에서의 불법의 문제를 가지고 30여 명의 교단 총무들과 백여 명의 실행위원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 분들은 지난 1년 간 제가 한기총을 개혁하려고 애썼던 모든 과정을 전부 지켜본 분들입니다. 그리고는 선거불법을 절대로 좌시하면 안 된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나서 주셨습니다. 저는 이 분들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낙심하여 이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이 분들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기총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기총의 환부는 더 깊어 질 것입니다.

1월 20일 오후 2시 총회에서 의장이 심한 소란으로 정회를 선언하고 1월 27일 오후 2시에 속회를 할 것을 알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회의장을 나간 후에 불법으로 회의를 강행한 사람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해임된 사람을 의장으로 세워, 선거위원 전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결의한 길자연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날치기 인준했습니다. 정관에 따라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됐어도 총회에서 인준을 부결할 수 있는 법을 무시하여 한기총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더욱이 정관에도 없는 한기총 상임위원장 숫자를 배로 늘려 자기 파 사람들을 심었고, 정관에 위배되는 임원들을 마구잡이로 임명했습니다. 이번에 교단 총무들이 결연히 일어선 이유도 이러한 행태를 보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제17대 대표회장 선거에서 길자연 목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당시 선관위원장이었던 엄신형 목사를 비롯한 선관위원 전원이 이에 서명한 문서. 9일 기자회견장에서 배포됐다.

▲지난 제17대 대표회장 선거에서 길자연 목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당시 선관위원장이었던 엄신형 목사를 비롯한 선관위원 전원이 이에 서명한 문서. 9일 기자회견장에서 배포됐다.


저는 하나님 앞에 죄인입니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저 역시 부끄러운 죄인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거풍토를 고치지도 못했으니 저는 정말로 나설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고목에서 새 싹이 돋듯, 한기총의 곪아 터진 자리에서 새 살이 돋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젊은 목사들의 개혁의지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한기총에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말로 하나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이 곳 홍천기도원을 끼고 흐르는 홍천강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물소리에 봄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한기총에도 반드시 봄이 올 것입니다. 한기총을 위해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고 입을 맞추지 아니한 남아있는 선지자 7천 명의 기도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한기총을 회복시켜주실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걱정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개인의 세력 싸움이나 교권싸움이라고도 하고, 합동과 통합 간의 갈등으로 보기도 하고, WCC 총회에 대한 입장차이로 보기도합니다. 그리고 한기총이 둘로 깨지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진통은 한기총에서 새 살이 돋아나오기 위한 진통일 뿐입니다. 개혁과 반개혁의 싸움입니다. 한기총에서 교단총무들이 개혁의지를 가지고 지금처럼 결집한 적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기필코 개혁에 성공해야 합니다.

저는 최소한 다음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대표회장은 교회 목사님들이나 교단 총회장님들이 은퇴하기 전에 거쳐가는 명예직이 되면 안 됩니다. 한기총은 한국교회 개혁의 사령탑이 되어야 하고 일하는 한기총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다시 우리 국민의 존경을 회복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존경받는 목사님이 대표회장에 선출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금권에 휘말리는 실행위원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교회의 크기와 상관없이 예수님처럼 살고자 분투하는 교회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재개발과정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는 1만2천개 교회의 고통을 대변하고 작은 교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돌보며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제 몸처럼 섬기는 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넷째,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가장 존경받고 능력 있는 분들로 상임위원장과 임원진, 특별위원장 그리고 서무처를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다섯째, 한기총은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를 한기총의 틀 안에 포괄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 기독교연합회와 교회들이 이 사회에 대한 거룩한 책임을 잘 감당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물론 이러한 개혁은 쉽지 않습니다. 한기총 대표회장의 개혁의지가 제아무리 명확하더라도 개혁노력이 얼마든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제가 뼈저리게 깨달은 점은 한기총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기총은 개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깥에서 한기총 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참으로 중요한 점이 개혁운동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먼저 우리 자신부터 참회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개혁을 가로막는 원흉임을 하나님 앞에 통회자복해야 합니다. 개혁하시는 분은 성령님이십니다. 우리가 개혁에 나서는 이유는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를 정죄하기 위해 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회개하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이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제 자신의 통회자복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죄의 고백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이 빗발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없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지 않고는 한국교회는 절대로 개혁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개혁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고뇌를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반성할 점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으로 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저 자신부터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데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가 그런 자세로 가야 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도 지난 날을 깊이 반성하고 개혁운동에 동참한다면, 그리고 동참의지가 말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르는 것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손을 잡고 한기총 개혁에 함께 나설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적법절차에 따라 한기총 대표회장 직분을 훌륭하게 수행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지금의 법적 대응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개혁의지가 없음이 확인되어 법적 대응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도 다같이 승리하는 길로 가야 합니다.

이에 저는 한기총의 개혁을 염원하는 모든 목회자들, 기독교 원로들, 그리고 교우들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회’를 2월 17일(목) 오후 2시에 종로5가 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갖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도회 후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도모임>을 결성하여 계속적인 기도운동과 더불어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자 하오니 적극 참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설날 새벽에

한기총 제22회기 정기총회 속회에서 새 대표회장 선출 때까지 대표회장 직무를 연장받은 이광선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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