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아랍권 선교, 장기적 투자 마인드 가져야”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8년째 카이로에 머물고 있는 김영 선교사가 보낸 편지(2)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혁명이 시위 16일째인 9일에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시위가 소강을 보이며 무바라크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던 지난 7일하고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는 시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구글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임원 와엘 그호님(31)의 석방을 계기가 되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 참여를 촉구,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호님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대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연설을 해나갔다. 그호님은 “나는 이번 사건을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하지만 지금 여러분을 보니 이집트 시민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장에 머무르고 있는 당신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시위가 다시 불타오른 두 번째 이유는 전 날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더 이상 시위를 참을 수 없다”고 언급하며 강제진압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때문이다. 또한 초기 시위대의 잔혹 폭력 진압했던 동영상이 유투브를 통해서 공개되었는데, 이것이 시위대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이집트의 시민 혁명은 이제 어떠한 방향으로 가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시위에 참여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입장이 다른 데에다가, 무바라크가 당수로 있는 여당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바라크 정권을 지원해 왔던 미국의 갈팡질팡한 발언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이유이다. 그만큼 이집트의 시위는 한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다른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 미국 등 여러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두 사람의 발언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모비우스 회장의 발언과 이재균 회장의 발언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흥시장 투자 전문가인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9일 온라인 금융정보사이트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지역의 정치적 변혁을 잠재적 투자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비우스 회장은 이집트가 역내에서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다 교육을 받은 젊은 층의 인구가 있으며 개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기적 시각을 갖는다면 사태를 낙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균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화와 바라크 퇴진 이후 이집트 정권이나 인근 국가들이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대형프로젝트를 일으키거나 기존 계획된 공사들의 발주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장은 “이집트 자체로는 현재 진출한 우리 기업도 적고 수주실적도 미미한 곳으로 주변국으로 여파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 한국 교회의 중동 아랍권 선교에 대한 인식과 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선교사가 되기 위해 아랍어과를 진학하고 대학생활을 다양한 선교활동에 참여하면서 보내 왔음에도 내가 얼마나 선교에 대해서 피상적이었고 감정적이었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이집트에 와서 현장에서 겪으면서 선교를 몸으로 배워오고 있다. 이집트 전국을 차로 누비며, 제자훈련과정을 이끌며, 현지인 선교사 훈련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현지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 현지 교회의 가능성과 한계, 서구 출신의 선교사들과 한국 출신의 선교사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보게 되는 여러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꼭 말하자만 그것은 장기적인 안목과 그에 맞는 정책의 부재를 말하고 싶다. 아랍권의 선교는 그동안 아시아권에 치우쳐 있었던 한국 교회의 선교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아시아권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으며, 쌀을 주식으로 하며, 외모도 비슷한 점이 있다. 웬만한 나라의 언어도 2년이면 선교사가 설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어렵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아랍권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요충지에서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적으로는 사고와 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이슬람의 직접적 지배를 받고 있다. 아랍어라는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4-5년을 집중해서 공부를 해야만 현지어로 의사소통하고, 사역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아랍사람들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이곳의 상황에 맞는 선교 전략을 갖추는 등 장기적으로 선교사를 준비시켜야 한다. 아랍 국가에 오면, 현지에 맞는 지역 아랍어를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 현지 교회와 현지 교회 지도자와 함께 관계를 형성하고, 정책을 구상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집트의 교회들은 1000만이라는 숫자의 기독교인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슬람에서 회심한 기독교인도 생각보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영적인 현실적인 많은 필요를 보면서 느끼는 내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적어도 카이로에서 8년째 보고 있는 한국인 선교는 이제 발걸음을 띠고 있는 수준에 불과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진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중동 아랍권 선교에 참여하는 한국 교회가 가져야 할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1. 이슬람을 알아야 한다.

이슬람은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아주 강한 유일신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신앙고백에 ‘알라는 위대하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선지자이다’라는 것을 고백해야만 무슬림이 되듯이 말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함께 공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슬람은 예배시간에만 신을 찾는 종교가 아니라 사고와 생활 방식 구석구석 이슬람에 의해 지배되는 종교이다. 이 두 가지가 한국으로 유입되는 이슬람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면 안되는 이유이다. 교회별로, 아니면 교단별로, 선교단체별로 이슬람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서 최소한의 이해를 가져야 한다. 한국도 이제 이슬람의 공격을 받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2. 현지인 교회, 현지인 사역자, 이슬람 배경을 가진 회심한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자.

할 수만 있다면 교회마다 한두 부서나 목장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선정해서 지속적인 교류와 기도 후원, 재정 후원을 하면 좋겠다.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이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 수많은 성지순례 여행자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과거의 성지만이 아니라 현재 살아있는 중동의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손길을 내 밀어 주는 한국 교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3. 기독교 활동이나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의 확보를 위해서 기도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집트가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건물 안에서만 기독교 활동이나 훈련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집트의 경우 기독교 수양관이나 훈련 센타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방학 때에 수련회 장소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도 현실 물가와는 맞지 않는 매우 비싼 가격을 내야 대여가 가능하다. 필자도 한국에 있을 때에는 선교사가 건물을 짓는 것에 굉장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도 그랬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하고 수련회를 하면서 장소를 빌리러 다니다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아랍권 국가 안에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하는 일에 한국 교회가 구체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감히 요청하는 바이다.

4. 젊은 선교사에게 투자하고, 오래 기다려주자.

한국에서 나오는 선교사들 대부분이 목사 안수를 받고 30대의 중반이 되어서 자녀들 한 두 명과 함께 선교지를 나오게 된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귀한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랍권에서 사역하기 위해서 문화적으로 적응하고, 언어를 습득하고, 현지인들과 관계를 형성해서 사역을 시작하는 데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사역에 뛰어드는 많은 분들을 보게 된다. 본인이나 한국의 교회들이 좀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말이다. 그런 분들 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역이 더 깊이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20대 중반의 선교사들이 중동 아랍권으로 나온다고 할 때 적극 지지해주시고, 기도해 주시라고 말하고 다니곤 한다. 그래야 30대 중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례없는 관심과 기도를 가져주시는 성도님들과 교회에 감사하다. 선교사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아랍권 선교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며, 앞으로 있어질 변화에 적극 대비하고 함께 참여해 주기를 바라는 건 너무 과한 기대가 아닐까 하고 단념해보다가도 그래도 계속 말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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