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주는 칭찬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75)

“주희야! 너 청소 참 잘했구나! 네가 오빠보다 훨씬 잘했다!”
“헤헤”
“너는 아빠가 쓸라고 하지도 않은 구석구석까지 쓸었네! 착하다!”
“아빠! 오빠는 이 구석까지는 쓸지 않았어요!”
“그러게 말이다. 네 오빠는 청소시키면 빗자루만 들고 다니지, 청소를 제대로 하는 걸 보질 못했어!”
“맞아요! 오빠는 덜렁대서 그래요!”
“그래! 덜렁이보다 네가 훨씬 낫다! 아이고, 요 이쁜 것!”

작은 아이가 청소를 잘했기에 칭찬을 해 주었더니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무엇보다도 오빠보다 잘했다는 칭찬이 그렇게 듣기가 좋았는지 승리감마저 갖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런 칭찬은 바른 칭찬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큰 아이가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속상함 때문에 “너는 대충대충 쓸지 말고 동생처럼 구석까지 잘 쓸어봐!”라는 메시지를 넣어 둘째 아이를 칭찬한 것이었다. 말 속에 그만 비교의식을 집어넣어 큰 아이를 간접적으로 야단치는 내용을 포함하여 자극을 주고 만 것이다. 자기 방에서 동생에 대한 칭찬을 듣던 큰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분 나쁜 표정과 함께 딴전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았다. 칭찬이랍시고 내뱉은 말이 큰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후회감 때문에 필자는 큰 아이가 아파했을 것보다 더 많이 쓰라린 마음을 움켜잡고 괴로워한 적이 있었다.

또한 큰 아이를 무시하고 작은 아이를 칭찬한 일만 한 것이 아니라, 오빠의 장점을 부각시켜 동생을 야단치기도 했다. 아이가 잘못되었으면 바르게 되도록 지도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어야 할 부모가 교묘하게 자식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낙심하게 한 것 같아 몹시 괴로웠다. 그러니 자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일 것이 틀림없다. 무시당한 형(오빠, 누나)은 동생이 싫어질 수도 있고, 동생을 무시할 수도 있다. 또 동생은 자신을 지지해 주고 칭찬해 주는 부모의 힘을 얻어 형을 무시하거나 자신이 더욱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강해질 것이다. 그래서 동생들은 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장남으로 자랐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명절에 어머니와 동기들이 모두 모여 식사 후에 차 한 잔씩 나누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때, 의사나 기업체의 사장으로서 그들의 직업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만족감을 누리는 듯한 동생들의 입에서 간혹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 그것은 성장할 당시의 서운했던 감정을 이제 와서 들추어 내며 그 당시에 괴로웠다는 말이다.

“엄마는 항상 맛있는 건 오빠에게 먼저 준 거 기억하세요? 저 지금도 생각나는데요, 계란 프라이를 먹고 싶었는데 전 안 주고 오빠만 준 적이 있어요! 엄마, 생각나요?”, “엄마는 저한테 새 옷을 한 번도 사 준 적이 없지요? 언제나 형이 입던 옷을 물려 주었잖아요?”라고 되물을 때 어머니는 난처해하시면서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기에 바쁘셨다. 사실 필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그런 일이 정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좋은 옷을 입고, 계란 프라이도 많이 먹으며, 존경받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더라도 동생들이 느낀 어렸을 때의 피해의식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모양이다. 필자는 동생들의 말에 변명할 말이 없다. 다만 필자의 자녀들이 커서 필자의 동생들이 했던 그런 말을 하지 않도록 공평하게 사랑을 베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대개 둘째 아이는 아무리 잘해 주어도 늘 열등의식과 피해의식이 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동생이 형이나 오빠, 또는 누나를 이겨보려고 하고 그것을 기뻐하도록 해서는 안되겠다. 역시 형이나 오빠, 또는 누나도 동생을 이겼다는 것으로 즐거워해서는 안된다. 둘은 이 땅 위에서 유일한 피붙이이며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을 갖도록 해야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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