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 여객기 추락 생존자’ 린다 한 집사

LA=지재일 기자  jaeil@chdaily.com   |  

죽음에서 살리신 ‘어메이징 그레이스’, 선교로써…

▲린다 한 집사.

▲린다 한 집사.

지난 2009년 1월 US에어웨이즈가 뉴욕 맨해튼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고 이 사건은 많은 매체들을 통해 대서특필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이 사고에서 살아난 린다 한 집사(남가주사랑의교회)이다. 죽음에서 살리신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비행기 추락사고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생 전부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날은 그녀가 뇌경색으로 뉴욕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언니를 돌보고 캘리포니아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이륙 후 5분 만에 ‘펑’ 하는 소리와 더불어 불시착했다. 뉴욕 맨해튼 옆을 흐르고 있는 허드슨 강에. 그 순간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이셨다. “하나님께서 기장을 도와주셔서 정말 비범한 조종술로 비상착륙에 성공했어요. 모두가 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 감사했어요.” 구조 직후 린다 한 집사가 남긴 이 말은 여러 매체를 통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전 진실한 크리스천으로 거듭난(born again) 거에요. 하나님께서 왜 저를 살리셨을까, 그건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믿습니다.” 그 일과 함께, 그 모든 죄도 함께 죽었다.

순탄치 못했던 그녀의 삶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던 가족들로부터 당한 버림과 고통이 너무도 컸다. 육사출신 장교 아버지와 이화여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삼남매 중 둘째딸로 태어났지만 원치 않았던 아이였고, 그 아이에겐 총각으로 속이고 결혼한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이 모두 돌아갔다. 가족 모두가 그녀를 돌보지 않았다. 어머니마저도.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르지오 알마니(Giorgio Armani)의 모델로 활동하면서 고급 부티크 매니저로 일했던, 린다 한 집사의 언니는 동생이 부끄럽다며 길도 함께 걷기를 싫어했을 정도였다. 하나뿐인 동생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싫어했기 때문이다. 가족들로부터 당한 고통, 결혼의 실패, 타향살이의 서러움과 배고픔…….

누구도 돌봐주지 않기에 스스로 살아야 했다. 손으로 할 수 있다는 일은 무조건 다 했고, 90가지가 넘는 직업을 가져보았다. “제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오직 돈 밖에 없었어요. 오로지 돈밖에 믿을 게 없었을 정도였죠. 너무 힘들어서 수면제 350알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어요. 물론 하나님께서 죽도록 내버려 두시지 않았지만요.”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라고 한탄조차 할 수 없었던, 고달프고 숨 막힌 삶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집사를 전도하기 위해 찾아온 전도사를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이 ‘다시’ 시작됐다.

‘다시’인 이유는 사실 한 집사가 모태신앙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증조부는 북한에서 여러 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인생의 풍파가 한 집사를 밀어냈지만, 마치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강에 죽을 힘을 다해 돌아가듯, 절망적인 그녀의 인생은 줄기차게 한 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전도사님의 등살에 떠밀려 나갔던 것 같지만 결국 그 안에서 하나님을 만났어요. 나를 정말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만신창이 같은 저를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시고 이런 죄인을 살리시려 그 아들을 죽이기까지 하셨잖아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미워했던 언니와 가족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모진 행동은 여전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큰 사랑으로 변화된 한 집사의 간증이다.

▲린다 한 집사의 저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린다 한 집사의 저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자신을 그렇게도 부끄러워했던 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예수님께 다시 돌아와야 할 언니인데, 그대로 기회를 놓칠까봐 맘 졸이며 정신없이 뉴욕으로 갔다. 의식조차 불분명했던 언니는 한 집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깨어났다. 눈에는 눈물이, 입가에는 환한 미소로……. 그 언니는 호전 중이다. 자신이 가장 미워했던 동생 한 집사의 간호를 받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미워했던 동생을 통해 예수님을 만났다.

“어릴 때부터 겪었던 버림과 방황, 소외, 배고픔……. 이 모든 경험이 겪어보지 않으면 그 아픔을 짐작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인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웃사랑은 서서히 선교 쪽으로 옮겨갔다. 선교와 관련된 집회에나 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한 집사도 함께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마음에 감동을 주실 때마다 힘껏 돕고 지원했다.

요즘 린다 한 집사는 잘 알려지지 않고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16개국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우선 그녀의 사업체에 부어주시는 물질 축복을 통해 그들 나라에 전기와 물을 공급하고자 한다. 이 일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평신도 사역자들과 성도들을 만나고 있다.

“말씀에 항상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하시잖아요. 죄된 인간은 조금만 편해지거나 좋아지면 금세 넘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깨어 기도해야 합니다. 설령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끝까지 말씀과 기도는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식적으로 억지로라도 붙잡으려 해야 한다는 거죠. 이 훈련을 통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 사명, 특별히 마음에 품고 있는 16개국을 위해 죽기 전까지 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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