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와 불법적 인준, 대세라고 따라야 하나”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통합 증경총회장들, 한기총 사태 관련 현 임원회에 쓴소리

예장 통합측 증경총회장들이 최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총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기총 총회 파행과 금권선거 양심선언 등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특히 한기총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통합측의 임원회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증경총회장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현 총회장인 김정서 목사는 한기총 사태에 대해 이미 다수가 길자연 목사측에 합류한 상황이므로 통합측도 그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한 증경총회장이 “총회장이 한기총 사태의 상황을 전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세라고 하는 사람들이 금권·타락선거를 주도하고 불법적으로 인준을 강제하여 한기총을 이 꼴로 만들어 놓았음에도, 이에 대하여 교단 총회장으로서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따르자는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법을 했으면 바로잡아 한기총이 제대로 되게 해야지, 숫자가 많다고 함께해야 한다는 발언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증경총회장도 “지당한 말씀이다. 이번 한기총에서 문제가 된 금권선거와 불법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우리 교단은 한기총 참여를 보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총회장 김정서 목사는 “우리 교단이 한기총에 대하여 강력하게 나간다면 2013년 WCC 한국 총회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며 “합동측이나 WCC 총회를 반대하는 교단들의 반대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증경총회장들은 이에 대해 “무슨 소리냐. WCC 총회와 한기총의 불법 사태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라며 “총회장의 주장은 불법을 묵인해야 WCC 총회가 성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정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정서 목사가 “이번 한기총 사태와 관련하여 이광선 목사님이 하신 일은, 우리 교단과 상관 없는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하자 증경총회장들은 “총회장이 과연 통합측 총회장인지 묻고 싶다. 이광선 목사님은 증경총회장 중 한 분이고, 우리 총회가 파송한 교단 대표이면서 한기총의 대표회장이다.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 자신의 잘못을 공개 고백하고 고질적인 금권 타락선거를 한기총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이광선 목사님에게, 총회가 힘이 되어 주지는 못할 망정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는 총회장의 생각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총회장이 이렇게 교단 안팎의 일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우려 섞인 질책을 했다고 한다.

또다른 증경총회장은 “아예 이 참에 우리 교단은 한기총을 탈퇴하자. (우리 통합측이) 한기총 회원교단이라는 것이 교인들 보기에 매우 부끄럽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기총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참석자들은 그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금권·불법·타락선거가 한기총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요구를 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 교단은 1~2년 한기총 참여를 중단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총회장이 중심을 잡고 이번 사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데 힘써 달라”는 당부로 간담회를 마쳤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예장 통합 정치부는 한기총 사태와 관련,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들의 전원 퇴진과 새로운 한기총 조직을 촉구하며 그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예장 통합측의 행정보류를 총회장에게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정치부와 증경총회장들의 견해에 대해 통합측 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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