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한 목사들은 소속 교단에 제명 요청
홍재철 목사 “선거법 위반하지 않았다”
길자연 목사측이 25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임원회를 열고 이광선 목사측 인사들을 ‘회원 자격정지 및 제명’ 처리했다.
지난 제22회기 한기총 정기총회 소요사태와 관련, 7인위원회를 구성해 이광선 목사측을 처리키로 했던 길 목사측은 이날 △이광선 목사(예장통합), 최성규 목사(기하성여), 김동근 장로(개혁총연), 최충하 목사(예장대신), 신광수 목사(예장개혁), 이광원 목사(합동중앙), 최귀수 목사(예성), 박중선 목사(합동진리), 김화경 목사(예장합동), 김병근 목사(합동총신), 김창수 목사(보수합동), 박현수 목사(개혁총회), 김혜은 목사(예장연합), 윤경원 장로(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 이은재 목사(개혁총연), 박남수 목사(개혁선교), 남궁찬 목사(합동보수A), 신언창 목사(예장웨신)등 18명은 자격정지 10년 △김윤기 목사(개혁선교), 김호윤 목사(합동중앙), 김동권 목사(예장합동), 한창영 목사(개혁국제) 등 4명은 자격정지 5년 △심우영 목사(예장중앙), 정순균 목사(예장예장), 이승진 목사(합동중앙), 김명식 목사(기하성순) 등 4명은 자격정지 3년을 각각 결정했다. △한동숙 목사(여성협)는 불법모임(1.27)에 참석한 것을 경고했다.
특히 예장합동 교단에 소속된 강주성, 김화경 목사의 제명을 해당 교단에 요청키로 했다. 이들은 예장합동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경선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길 목사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이들이다.
길 목사측의 7인위원회(질서확립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용도 목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본회의 정관과 운영세칙 및 제반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총회·실행위원회·임원회의 결의사항을 이행, 준수하지 않았으며 본회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이 목사측이 연일 ‘양심선언’으로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를 지적한 것에 대해 한 임원은 “(이광선 목사가) 이미 대표회장을 1년 해 놓고 이제 와서 금권선거를 지적하고 있다. (1년 전) 대표회장직을 거절했으면 몰라도,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자기 혼자 깨끗하다는 것 밖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홍재철 목사는 이광선 목사측이 최근 길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것에 대해 “(길 목사측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저들이 가처분을 낸 당위성”이라며 “나는 선거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 김호윤 목사를 만난 것도 선거 전이다. 선관위원들을 만난 건, 선거운동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길 목사의 대표회장 후보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아) 서류를 들고 받아달라고 항의차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홍 목사는 “항의방문을 선거운동으로 규정했다. 엄신형 선거위원장 등 선관위 전원이 이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회장 후보 자격 ‘교단 추천’으로 일원화
선관위원장, ‘직전’ 아닌 증경대표회장 중에서
한편, 길 목사측은 이날 정관운영세칙 개정위원회(위원장 한영훈 목사)가 개정해 발표한 정관을 가결했다.
개정된 정관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선거관리규정에선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자격(선거관리규정 제2조 2항)과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제6조 1항)에 대한 규정이 크게 바뀌었다.
먼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자격은 기존 ‘회원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자나, 회원단체 회원으로서 소속 총회의 추천을 받은 자’에서 ‘자격은 회원 교단 및 단체의 목사로서 소속 교단의 추천을 받은 자로 하되, 추천은 해당 교단에서 1명으로 한다’로 개정됐다.
이는 지난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예장합동이 경선을 통해 길 목사를 대표회장 후보로 선출했으나, 경선에서 떨어진 김동권 목사가 교단이 아닌 단체 추천으로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은 기존 ‘위원장은 직전대표회장으로 하며, 위원은 대표회장이 명예회장과 임원 중 8명을 자벽해 구성한다’에서 ‘위원장은 증경대표회장으로 하며, 대표회장이 지명한다. 선거관리위원은 8명으로 하되 대표회장과 선거관리위윈장이 증경대표회장과 공동회장 중에서 각 4명씩을 자벽해 구성한다’로 개정됐다.
이 개정안은 직전대표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 것으로,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의 갈등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표회장 이외 임원의 선출방법(운영세칙 제4장 8조)에 있어서도 기존 ‘당선된 신임 대표회장이 전임 대표회장의 자문을 받아 선정해 총회의 인준을 받는다’를 ‘신임 대표회장이 약간 명의 전형위원회 자문을 받아 선정해 총회의 인준을 받는다. 전형위원은 신임 대표회장이 증경대표회장 중에서 선임한다”로 수정했다. 역시 직전대표회장의 권한은 제외됐다.
이 밖에 투표의 진행절차 및 방법(선거관리규정 제8조 2항)에서 “금권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에 제비뽑기를 추가하자”는 의견은 수용치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용규 목사(자문위원)는 “금권선거 문안을 넣으려 했지만 결국 넣지 않았다”며 “현 개정안이 매우 매끄럽다. (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대책은) 선관위원들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원회의 성수(정관 제22조)와 관련해선, 개회 기준을 기존 ‘임원 과반수 출석’에서 ‘출석 회원’으로 낮추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무처 조직(정관 제10장)은 기존 ‘총무 1인과 사무총장 1인’을 ‘사무총장 1인과 사무차장 1인’으로 변경했다.
이날 임원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복지’와 관련, 기독교계가 이 법안의 반대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원회는 “한기총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따로 결의하지 않았다.
또한 임원회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항의방문키로 했다. 홍재철 목사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슬람 채권과 관련된 수쿠크법안을 기독교계가 반대한 것을 두고 이것이 “기독교의 정치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