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한 일본 현지 선교사의 간절한 기도편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3·11 대지진으로 큰 슬픔을 당한 일본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애도와 지원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강태 선교사가 선교 후원교회인 버지니아 거광교회(노규호 목사) 앞으로 최근의 일본 지진 상황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기도요청을 해 왔다. 서 선교사는 총신대학교를 졸업한 GMS 파송선교사로, 현재 동경 제자교회를 개척하여 목회하고 있다. 다음은 일본 서강태 선교사 기도편지 전문. -편집자 주

주 안에서 동역자 여러분께 문안드립니다.

뉴스를 통해 잘 아시다시피 동경 시각으로 지난 11일(금) 오후 일어난 지진은 전대미문의 대재앙입니다. 첨단 설비에 방재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있다 해도, 더욱이 일본은 지진대비가 그 어느 국가보다 잘 된 나라라 해도 사상 최대의 지진과 해일 앞에서는 첨단 시설도 휴지조각과 같았습니다. 어지간한 지진이라면 눈도 깜빡 안 한다는 일본인들조차 이런 지진은 70 평생에 처음이라는 탄식이 나올 만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이토록 허물어지는 인간의 문명을 갖고 우리들은 하나님 앞에 얼마나 교만했는지 회개하게 됩니다. 이번 대재앙은 일본만이 아닌 전세계에 이르는 하나님의 준엄한 교훈처럼 보입니다.

현재 일본의 피해는 아직 추산조차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기상청의 진도 계측조차 수정을 거듭한 끝에 일본 내 관측 사상 최고치인 진도 9로 최종 발표했습니다. 아이티 지진의 900배라고 합니다. 공식 사망 및 실종인원은 현재(13일)까지 3만명을 넘어섰으나 앞으로 10만 가까이 갈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합니다.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고 앞으로 진도 7 수준의 여진이 조만간 일어날 확률이 70%라는 예상을 접하고는 어지간한 지진에 흔들리지 않던 일본인들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덮치는 모습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바로 이틀 전 현실 속 장면이었습니다.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은 시기와 장소도 정확했으나 그것이 시속 600km로 달려올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알고도 대책이란 것이 가능치 않은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최신 신칸센 ‘하나부사’의 두 배 속도로 육지로 올라오는 해일 앞에 잘 정비된 일본의 고속도로와 일렬로 주차된 자동차, 도심의 거리며 집은 한낱 강물 위에 떠내려가는 낙엽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겉으로 드러난 동경의 피해는 미미한 편입니다.

지난 금요일 동경 시내에 지진이 다다른 것은 오후 2시 50분경부터 약 3시까지였습니다. 그 10 여분의 충격에 동경의 모든 건물들은 요동쳤고, 전철과 엘리베이터, 도시가스 등 모든 문명의 이기는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일본 첨단 건축 기술의 상징인 동경타워 첨탑이 크게 휘어진 것은 자연 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동경 디즈니랜드의 침수는 일본 땅이 침몰하고 있다는 비유와 다를 바 없습니다. 동경제자교회 건물도 크게 흔들려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은 말할 것도 없이 천장의 냉방장치가 깨지고 벽에 붙어있던 스피커가 바닥에 뒹구는 등 뒤죽박죽이 됐습니다만,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하나님 앞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교인들의 집도 예외없이 비슷한 난리를 겪었습니다만, 다친 사람이 없으니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일본 거주 한국인들이 더 많이 절망하고 불안해하고 귀국을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재일동포들이야 삶의 터전이 일본이니 일본인들과 삶의 궤적을 같이 하겠으나 단기 유학생, 워킹비자로 온 젊은 친구들은 난생 처음 겪는 대지진 앞에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동경에서 약 230km 떨어져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심리적 공황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동경에서도 내일(월)부터 전기 3부제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총 전력공급의 부족으로 가전 등 일반 소비전력을 권역별로 나누어 분할하는 3부제입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센다이 지역은 100만 세대 이상이 정전으로 고통받고 있고 가스공급이 멈춘 가구도 40만여 가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모든 방송은 여전히 피해규모 보도 중입니다. 30만명 가까운 피난민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심 전철은 간헐적으로 복구됐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경 시내 대부분의 마트에서도 생필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방을 잇는 교통편이 단절되면서 언제 다시 공급될지도 불확실합니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나 조용히 점점 비상사태로 진입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3월의 동경에는 많은 행사가 예정돼 있지만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도 여전히 여진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도 집이 흔들흔들 합니다. 지속되는 여진은 의지가 굳은 사람들의 마음조차 조금씩 허물고 있습니다. 지쳐가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건물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온 몸과 마음을 휘감으며 믿음의 뿌리조차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커다란 위기 앞에 직면한 느낌입니다.

이는 단지 일본에 국한된 사태가 아닐 것입니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이 한국 언론 표현대로 ‘일본침몰’이란 대재앙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통해 믿는 우리가 먼저 영적 각성을 촉구해야 합니다. 그저 일본만의 문제도, 우연한 자연재해도 아닌,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일깨우는 일대 사건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 애통하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성령의 위로가 먼저 서기를 기도합니다.

이 땅을 위로하시고 하나님의 방법대로 회복시켜 주시길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회복의 과정이 화해와 회개, 영적 부흥의 과정이 되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재일 한국인들을 위해 그들이 놀람과 두려움 가운데 헤매지 않고 하나님의 위로로 세움받는 자들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동북 지역은 사실 광활하고 외진 지역이 많습니다. 그곳의 많은 교회가 통신이 두절되어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대재앙 앞에 일본교회와 재일 한국인교회가 하나님이 주신 사명과 의미를 발견하여 기도와 행동을 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일본의 대지진이 일어날 때 마다 외국인, 특별히 재일교포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난 전력이 있습니다. 이 대재앙 앞에 수많은 홈리스들, 비공식 집계로 150만이 되는 재일교포, 장애인, 어린아이들에게 힘든 일이 덜 생기게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땅에서 사역하고 있는 수많은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통제가 불가능한 큰 재난이 일어나면 그 사회는 일반적으로 보수화, 국수주의, 외국인 혐오 등이 표면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서 오직 하나님께서 인도해달라고, 교회들이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꿇고 회개하고, 기도하게 해달라고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십시오. 특별히 센다이 지역의 교회와 동북지역 교회의 회복과 재건은 이웃 한국 교회의 눈물과 헌신과 섬김의 자리가 될 줄 믿습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의 손길로 회복과 재건의 통로가 되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고후 1:4)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 46:1)

2011년 3월 13일
일본 동경제자교회 서강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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