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의 성서
존 게이블 외 지음/신우철 옮김 | 이레서원 | 590쪽 | 26,000원
성서는 하나님의 책이다. 동시에 사람이 쓴 사람의 책이다. 예수님이 세상에 자신을 계시하시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팔레스타인 문화와 언어 환경 속에서 말씀을 선포하시고 기적을 행하며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신 것처럼, 성서도 하나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사람의 언어로 쓰여 졌다.
성서는 언어·역사·문화의 진공 상태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성서의 1차 독자들이 속한 삶의 자리와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와 문학적 기법 등을 활용하여 쓰여 졌다.
이 책은 성서의 신학적,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 국면 중에서 특히 문학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로 성서 저자가 사용한 문학 양식, 독립된 책들이 속한 문학 장르의 특성과 이해방법, 책들의 집필과 전승 과정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성서에서 문학적 측면만을 추출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듯, 성서의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측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1986년 초판이 나온 이래 다섯 번의 개정을 거치며 지난 200년간 성서학계에서 진행되어온 연구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성서의 문학적 측면만이 아니라 성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단 한 권의 책을 찾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은 독자의 요구를 충분히 채우고 남을 것이다. 하지만 주의 깊은 독자라면 이 책의 저자가 성서를 문학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보고 객관적으로 설명하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태도는 성서에 대한 불신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선 이해를 내려놓고 성서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우려는 작업의 하나다. 이렇게 객관적인 태도가 필요한 이유는 모든 성서 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선입관을 가지고 성서를 해석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서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나의 삶에 적용하려는 독자가 있다면 독자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성서를 이해하기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성서를 이해하고, 결국 성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살펴야한다.
이 책의 내용은 성서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다소 어렵거나 급진적으로 비춰 질 수 있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견해들을 활용하여 객관적으로 성서를 깊이 연구한다면 단편적 성서 읽기를 뛰어넘어 더 깊은 차원의 성서이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