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동체연구소 1주년 토론회서 도덕성 회복 촉구
한기총 해체운동에 나섰던 손봉호 장로(고신대 석좌교수)가 29일 서울 동숭교회(담임 서정오 목사)에서 열린 도시공동체연구소 1주년 기념 대토론회에서 기독교인들의 도덕성 회복을 촉구했다.
손봉호 장로는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바로 도덕과 윤리”라며 “정치·경제·문화·예술·교육 등도 할 수 있지만, 사회가 기독교에 원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계 13위권의 경제나 한류가 꽃핀 문화, 교육 등은 이미 일류에 다가가 있기 때문. 그는 “우리나라는 전세계 투명성 지수 39위로, OECD국들 중 가장 낮고, 아프리카 보츠와나보다도 못하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는 다 우수하지만 도덕적 수준만 낮다”고 지적했다.
손 장로는 “교회만큼 구체적으로 생활에 대한 부분을 지시할 곳이 없다”며 “교회가 한국 사회의 윤리적 질서와 도덕 수준이 이렇게 낮은데 무엇을 했는지, 오히려 도덕적 수준을 낮추지 않았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가 이렇게 발전했지만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도 낮은 도덕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도덕은 복잡한 게 아니라 한 마디로 이웃 사랑이고,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정의에 대한 것”이라며 “적극적으로는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이들에게 이익을 끼치는 행위이고, 소극적으로는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처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손 장로는 “기독교인이라면 달라야 한다”며 “윤리적이어야 구원받는 건 아니지만, 구원받은 사람이라면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도덕적 수준이 높아야 기독교인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기독교인이라면 도덕적 수준이 높아야 하고, 믿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한기총 해체운동에 대한 두 가지 반응
이어 16년 전 공명선거 운동을 시작할 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정말 선거관리위원회도 믿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었다”면서 “지금은 선관위를 비롯해 선거 수준이 많이 높아졌고, 사회는 이렇게 바뀌어가는데…”라고 탄식했다. 그는 “제가 공명선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돈 써서 총회장 되지는 않았는데, 사회와 거꾸로 되고 있다”고도 했다.
금권선거 등으로 인한 한기총 해체운동 선언 이후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손 장로는 “한기총 해체운동을 시작하니 편지들이 참 많이 오는데, 두 가지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며 “하나는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대신 해줘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다른 하나는 불신자들의 거침없는 기독교 비판이었다. 손 장로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의를 차리느라 미처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제가 이런 얘기를 하니 많이 털어놓더라”며 “반감이 너무 강하고 조롱, 비판에 한 마디로 ‘오만불손한 기독교’의 이미지”라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끼리끼리 모여 문화를 만들고 대화하면서 ‘게토화(ghetto)’돼 괜찮다고 착각했음을 절실히 느꼈다”며 “한 마디로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손 장로에 따르면 교회가 힘은 커졌으나 마땅히 함께 자라야 할 책임의식이 자라지 않았다. 초창기 한국교회는 3·1운동에서 보듯 책임의식이 강해 사회에 이익을 주는 종교로 인식됐는데, 힘이 커진 지금은 힘을 누리는 데만 관심이 있고 오히려 무책임해져 가장 나쁜 상태가 됐다.
그는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질투를 받는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우리가 봉사와 겸손, 희생의 자세였다면 어땠겠는가”라며 “종교는 섬기기 위해 존재해야지, 지배하려 하면 대중을 속임수로 현혹시키는 마술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손 장로는 “한기총 해체운동에 나서니 목사님들은 ‘네가 뭔데’, ‘너는 깨끗하나’ 하는 반응들이었다”며 “저도 깨끗하지 않지만, 한국교회가 망하는데 혼자 거룩을 추구하면서 방관하는 자세야말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저도 욕 먹어 가면서 (해체운동을) 하고 싶겠는가”라며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는 종교의 자유와 세금 감면, 이승만 대통령 때 특혜 등 한국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혜택만 받고 보상하지 않는다면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시대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의 사랑 실천 방법은 달라야 한다”며 “예전에는 사마리아인처럼 강도 만난 이들의 상처를 싸매주는 역할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그가 강도를 만나지 않도록, 강도가 강도짓을 하지 않도록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손 장로는 “한국교회는 이런 공공의 영역보다는 아직 ‘개인’의 구원과 신앙, 축복이 강조되고, 조금 나아가면 어떨 때는 예수님보다, 하나님 나라보다 ‘우리 교회’를 더 생각한다”며 “결국 의도치 않았지만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에서 사마리아인이 아닌 레위인이나 바리새인처럼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