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의 삶 다룬 ‘소명3’
백발의 의사는 유쾌했다. ‘소명3-히말라야의 슈바이처’를 연출한 신현원 감독이 왜 주인공인 강원희 선교사(78)의 표정을 보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따라 웃음 짓고 한 동안 그 목소리를 귓가에 잡아둔다. 흔히 볼 수 있는 웃음, 자주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기에.
강 선교사는 세브란스병원 출신 1호 의료선교사다. 한국전쟁을 겪은 후 어렵게 의대를 나와 개인병원을 열었지만, 무언가 하나님께 쓰임받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 의료선교사들에게 진 빚을 갚는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부인 최화순 씨는 “병원이 한참 잘 되던 때였다. 나중에 선교사가 되면 안 되느냐고도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며 “늘 남편은 자신을 물고기에 비유했다. 하나님께 머리와 꼬리가 아닌 몸통을 드리겠다는 말에 더는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벌써 30년. 네팔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그는 가난한 나라들만 골라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마을과 저 말을을 돌며 현대 의학기술이 닿지 않는 사람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졌다. “병을 가진 사람들은 약자”라는 강 선교사는, 수술 후 병원비를 묻는 환자에게 “그냥 있는만큼만 내라”고 말한다. 마음이 가장 아플 때란다.
그런 강 선교사를 도와 부인은 약을 조제하고 밥을 지으며, 남편의 머리카락을 잘라준다. 오랜 시간 진료로 남편의 어깨가 아플 때면 그곳에 주사까지 직접 놓는다. 스스로 좁은 길을 택한 남편을 따라 그렇게 부인은 아무말 없이 세월을 함께 했다. 강 선교사는 “가끔 잘 때 부인의 얼굴을 보곤 한다”며 “참 예쁘다”고 했다.
영화는 강 선교사의 삶, 특별히 히말라야로 이동진료를 떠나 하루 100여 명의 환자들을 보는 그를, 배우 신애라 씨의 내레이션으로 담아냈다. 나무를 베다 손을 다친 아이, 낫에 손이 벤 여자, 갑작스런 복통으로 배를 움겨쥔 스님까지, 그를 찾는 환자들은 다양했다. 강 선교사는 “병원만 가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있는데도 그럴 수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불쌍하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고쳐주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되는건 강 선교사의 유쾌함 때문이다.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히말라야의 푸른 하늘만큼이나 맑고 깨끗하다. 역시 포스터에는 그런 하늘 밑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강 선교사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강 선교사의 웃음은 눈물이 만들어낸 열매라는 걸. 울고 또 울어 불순물이 다 빠져버린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이라는 걸 말이다. 강 선교사는 “만약 선교사가 안 되고 그냥 돈만 잘 버는 의사로 살았으면 아마 내 인생은 개차반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지금도 그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작품은 아마존의 강명관 선교사(소명1)와 모겐족이 사는 라오섬의 강성민 선교사(소명2)의 이야기에 이은 신현원 감독의 세번째 시리즈다. 강원희 선교사는 1편의 주인공인 강명관 선교사가 소개했고, 신애라 씨는 ‘소명1’을 본 후 감동을 받아 이번 영화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신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소명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