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 소각 항의 시위, 사상자 1백 명 넘어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오바마 美 대통령 “코란 소각도, 폭력 시위도 잘못된 것”

미국의 극단주의 목회자 두 명이 벌인 코란 소각 행위에 항의하는 아프가니스탄 무슬림들의 시위로 사망자가 20여 명, 부상자가 80여 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마자리샤리프 유엔사무소 공격으로 유엔 직원 12명이 숨진 데 이어 2일 카불 외곽의 나토군 기지 인근에서는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자살 폭탄 공격이 감행돼 10여 명이 숨지고 80여 명 이상이 다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같은 날 칸다하르 중심지에서도 수천여 명이 시위를 벌이고, 잘랄라바드에서도 수백여 대학생들이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형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까지도 아프간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들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플로리다 주 게인스빌의 테리 존스 목사는 동료인 웨인 샙 목사와 함께 코란에 대한 모의재판을 갖고 테러행위 권장, 비무슬림에 대한 살인·강간·고문 유발 등의 죄목을 열거한 뒤 교회 한 가운데서 코란에 대한 사형 집행으로서 소각 행사를 가졌다. 존스 목사는 작년 9월 9.11 테러 9주년을 맞아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코란 소각 집회를 열 계획을 밝혔다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계획을 철회한 바 있지만, 다시 이같은 행위를 벌였다.

코란 소각 행사에는 30명 미만이 참석했으며 언론의 주목도 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존스 목사의 교회가 코란 소각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담아 인터넷에 올리면서 파키스탄 등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이에 대한 항의 시위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위로 인한 폭력사태와 인명피해는 아프간에서만 보고되고 있다.

아프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 사실이 덜 알려져 있었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현지 이슬람 성직자들의 코란 소각 비난 발언이 지난 주말 있은 이래로 격분한 무슬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과 살해 행위는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를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무고한 이들에 대한 잔인무도한 공격”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한편 이같은 시위를 촉발시킨 코란 소각 행위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의회에서 현재 코란 소각 행위 비난 결의안이 검토 중인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코란을 포함해 어떤 종교의 경전이라도 모독하는 것은 극단적인 불관용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죽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코란 소각이 폭력과 살해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테리 존스 목사는 미국 교계 내에서도 극소수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극단주의 계열의 목회자로 작년 9.11 테러 9주년을 즈음해 코란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나오기 전까지는 인지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교계 대다수는 존스 목사의 계획을 타 종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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