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하신 최후의 칠언(七言)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고난주간에 묵상해 봐야 할 <그리스도의 가상칠언>

그리스도의 가상칠언
김경섭 | 프리셉트 | 157쪽 | 7,000원

‘사순절(Lent), 고난주간(Passion Week), 부활절(Easter)’, 어느 정도 신앙생활을 한 분들은 낯설지 않은 교회 절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낯설지 않기 때문에 깊이 이해하지 않는 약점이 있습니다. 아예 모르면 어떤 의미인지 관심을 가질 텐데, 매년 봄마다 교회에서 들으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성도가 의외로 많습니다.

목사인 저도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십자가 이야기는 너무 익숙합니다. 그래서 깊이 묵상하지 않은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담임목사가 된 후 첫 번째 사순절을 지내는 지금,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너무나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십자가 위해서 하신 일곱 마디의 말씀(架上七言)에 대해 좀 더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예수님 생애의 절정은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바로 그 순간’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마디의 말씀은 그분의 모든 삶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눅 23:34)라는 첫 번째 말씀을 통해, 자기를 공격하고 침 뱉고 십자가에 못 박기까지 한 사람들을 용서해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고통의 십자가 위에서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 함께 했던 12제자, 순수하게 따랐던 믿음의 여인들이 더 생각났을 텐데, 예수님은 죄인들의 용서를 가장 먼저 구하는 기도를 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는 두 번째 말씀은, 과거가 어떠하든 하나님께 죄를 고백할 때 완전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극형을 받을 정도의 강도였지만,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라고 말하며 긍휼을 구할 때, 주님의 사랑으로 안아주신 것입니다.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요 19:26)라는 세 번째 말씀은, 슬픔이 봇물처럼 터져나가는 어머니 마리아를 향한 아들 예수의 자애로운 음성입니다. 아기를 잉태할 때에도 처녀가 임신하면 돌로 쳐 죽이는 규정 속에서 고통스러웠는데, 또 다시 십자가의 참혹함을 보며 마음이 찢어진 것입니다. 여섯 시간 동안 피 흘리며 죽어가는 아들 앞에서 어느 어머니가 제 정신이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의 미래를 준비하며, 사랑이 가장 많은 제자 요한에게 맡기신 겁니다.

이렇게 일언(一言)부터 삼언(三言)까지는 십자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의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라는 네 번째 말씀은, 그동안 끊임없이 동행해 주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이 순간만큼은 외면하셨음을 보여주십니다. 왜냐하면 이 순간은 나의 모든 죄와 인류의 모든 죄가 심판받는 가혹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그것을 아셨죠. 그래서 “어찌 나를 버리십니까?”라고 하셨지만, 그 버림의 사건이 있어야만 모든 인류의 구원이 가능함을 아시고 기꺼이 순종하며 받아들이신 겁니다.

“내가 목마르다”(요 19:28)는 다섯 번째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의 진흙, 즉 진노의 육체를 입고 스스로 갇히신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고통이 환상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저 먼 곳에 있는 어마어마한 신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와 공감(共感)하기 위해 성육신(incarnation)하신 것이지요.

“다 이루었다”(요 19:30)는 여섯 번째 말씀은, 인간적인 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속죄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 예수님은 이룬 것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했고, 십자가 위에서 저주 받으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 십자가의 죽음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가 생명을 얻었음을….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 23:46)라는 마지막 말씀은, 우리의 영혼을 의탁할 수 있는 분은 전능하신 하나님 한 분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은 죄를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님을 감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 관계를 회복시켜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체면불구하고 믿음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언(四言)부터 칠언(七言)까지는 자신과 아버지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가상칠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며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아름다운 십자가 관련 시가 기록되어 있고, 깊은 생각을 주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분량이 많지 않은 것도 평신도들이 일독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사순절 기간 동안, 그리고 고난주간에 “십자가의 사랑이 나를 위한 것입니다!”라는 영적 고백이 있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부활주일이 단순히 계란 먹는 날이 아니라, 영생에 대한 소망을 주시는 예수님 사랑의 극치임을 깨닫기 원합니다. 올 해에는 그 어느 해보다 행복한 부활절이 되기를… “Happy Easter!”

이훈 하늘뜻섬김교회 담임목사(www.servingo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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