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악령>과 네쟈예프 사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도스또옙스끼 문학을 찾아서(14)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도스또옙스끼가 현대적으로 세계적 관심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끊임없이 재발견되는 것은 바로 그 당시의 러시아를 통하여 현대의 러시아를 그린 때문이다. 이 영원한 현대성과 세계성이야말로 도스또옙스끼 문학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살았던 제정 러시아는 1861년의 농노 해방을 중심으로 아마도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혼돈되고 가장 과도기적이며, 가장 숙명적인 시대였을 것이다.

작가는 이 과도기적인 모순과 혼돈의 한복판에서 스스로 몸을 내던져, 그 모순에 가리가리 찢긴 작가였다. 도스또옙스끼의 작품세계가 똘스또이와 같은 조화와는 거리가 먼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폴리포니(多聲性)라는 특징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문학에 나타나는 현대성의 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

「악령」에는 특징을 가진 여러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반역적 급진주의자인 샤또프와 끼릴로프, 흥미있는 자유주의자 스쩨빤 베르호벤스끼, 혁명가인 그의 아들 뾰뜨르, 그리고 리자베따와 다리야 및 마리야 라는 여자 인물들이다. 그러나 전편을 지배하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 스타브로긴이다. 그의 매력적인 성격은 모든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그들의 운명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악령」은 스따브로긴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읽을 수 없다. 스타브로긴은 도스또옙스끼를 천재에서 신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래서 도스또옙스끼 연구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도스또옙스끼는 <죄와 벌>, <백치>에서 충분히 천재가 되었다. 그러나 「악령」에서 그는 신이 되었다”라고. 그리고 도스또옙스끼 생전에 그에게 너무나 냉담했던 톨스토이도 악령으로 인하여 이렇게 고백한다. 도스또옙스끼가 죽은 지 15년 후의 일이었다.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서적, 특히 문학서적은 나 자신의 것을 포함하여 모두 불살라버려도 무방하다. 그러나 도스또엡스끼 작품만은 예외다. 그의 작품은 남겨두어야 한다.”

「악령」은 군주정치 끝 무렵인 제정 러시아의 절망하는 청년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상황 묘사는 피가 용솟음치는 것처럼 선명하고 강렬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그 리얼리티 속에 영혼의 깊이와 끝없음을 묘사하고 있다. 때론 세련되고 아름답고 슬픈 필치로 삶의 부조리에 대한 강한 저항을 나타낸다. 냉혹한 시선과 초형이상학적인 통쾌함이 있는가 하면 기회주의적인 선동으로 가득 차 있다.

「악령」의 스토리라인은 네자예프 사건에서 비롯된다. 네자예프는 모스코바 농과대학 학생인데 혁명을 목적으로 비밀결사대를 조직한다. 그 당원 중의 한사람이 탈퇴의사를 갖게 되자 밀고를 두려워하여 살해해 버린다. 당시 러시아 사회에는 혁명목적의 지하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무하였기 때문에 네자예프의 혁명조직당 그 자체는 별로 문제될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네자예프 사건은 사형으로 인한 살인이라는 면에서 큰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도스또옙스끼에게 이 사건이 준 충격은 너무나 엄청났다.

결국 도스또옙스끼는 이 사건으로 사회주의 혁명운동을 내면적으로 탐구하게되었다. 특히 그 당시 러시아의 비밀 결사는 무신론을 바탕으로한 사회주의의 혁명운동이었다. 그의 그리스정교 기독교적 신앙이 무신론적 사회주의 혁명운동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 대결의 여정에서 1870년부터 <악령>을 쓰기 시작하여 러시아통보지에 2년간 연재를 하게된다. 악령은 2년간에 걸친 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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