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은 ‘석가탄신일’(이하 석탄일)이었다. 한국의 대표적 종교인 불교의 축일이다. 불교의 사회적, 국가적 바른 역할을 기대한다.
이날 각 방송이 석탄일을 맞아 방송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KBS1방송은 오전 10시 ‘봉축 법요식’에 대하여 55분 동안 생중계로 방송을 편성하였다. 그러고 나서 11시부터 다시 55분 동안, 특집 다큐 ‘선(禪) 길을 묻다’를 방송하였다. 이어서 12시 1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은 특선 앙코르 ‘신학자 폴 니터의 한국 선 기행’을 재방송 하였다.
공영방송인 KBS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오후 2시 40분부터는 35분간에 걸쳐 부처님 오신 날 기획 ‘KBS 중계석’을 마련하였다. 그러고도 모자라 밤 11시 40분부터는 한 시간 동안, 특집 ‘여래의 미소 정토의 꿈’을 방영하였다.
그런가 하면 KBS2 방송도 오전 10시에 ‘여유만만’ 시간에 불교계 연예 스타를 등장시켜 1시간 동안 방영하였고, 11시에는 특선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1시간 50분 동안 보여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또 12시 50분부터는 특집 ‘스펀지’를 통해 특정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1시간 동안 보여 주었다. 이날 KBS 방송은 석탄일을 맞아 총 8개의 특집 프로그램을 보여 주므로, 아예 작정하고 불교 방송을 자처하고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또한 MBC도 오전 9시 55분부터 55분 동안 ‘봉축 법요식’을 생중계 하였고, 11일 0시 30분부터는 특집 다큐멘터리 ‘초조대장경’을 방영하였다. SBS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천년 고려대장경’을 방영하였다. 또한 EBS는 10일 0시 37분 ‘깨달음을 얻은 자, 붓다(제1부)’를 방영하였고, 10일 오전 8시 35분에는 석가탄신일 특집 애니메이션 ‘오세암’을, 11일 0시 35분부터는 ‘깨달음을 얻은 자, 붓다(제2부)’ 를 방영한 바 있다.
이날 지상파 방송들이 석탄일 특집 방송으로 내보낸 프로그램은 무려 14개에 이르고 있다. 그것도 KBS와 MBC가 동 시간대에 특정종교 의식을 한 시간 동안 경쟁적으로 생중계함으로 특정종교에 아부하는 희한한 모습도 보여 주었다.
저녁 메인 뉴스에서도 빠지지 않고 불교계 소식을 전했다. 가장 먼저 SBS는 10일 저녁 8시 뉴스에서 ‘봉축 법요식’에 대하여 1분 37초를 보도하였고, 사찰 음식에 대하여 따로 1분 34초를 방영하였다. KBS는 9시 뉴스에서 ‘봉축 법요식’에 대하여 1분 42초, 약탈문화재 환수 주인공에 대하여 1분 55초를 별도로 보도하였다. MBC는 전국사찰 ‘법요식’을 1분 59초에 걸쳐, 프랑스 불교 신자에 대하여 1분 41초를 할애하여 방영하였다.
그렇다면 최근 기독교와 천주교의 축일인 4월 24일 부활절에 대해서는 뉴스에서 어떻게 보도했는가? KBS만 4월24일 9시 뉴스에서 ‘전국 성당·교회서 부활절 미사·예배를 드렸다’고 53초 동안 보도하였다. 그러나 MBC와 SBS는 아예 뉴스에서 언급이 없다.
또 지난 해 성탄절에도 각 방송들이 기독교의 성탄절 예배에 대한 중계를 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MBC는 아예 특집 방송도 없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소위 ‘종교편향’의 문제로 종교 간 갈등이 심각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종교간 갈등은 ‘종교갈등’을 주창한 종교 외에는 다른 종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석탄일에 맞춰 지상파 방송들이 특정 종교에 대하여 대거 특집 방송하는 모습을 보면, 공영방송에 의한 ‘종교편향과 갈등’ 조장이 심각함을 실감케 한다. 특정종교가 ‘종교편향’을 당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 그 문제점을 방송들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그 종교를 선전함으로, 종교편향을 해소해 주는 것인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