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의 ‘대화’, 교회의 ‘선교’ 희생시켜선 안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한국개혁신학회서 복음주의 학자들 지적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심창섭 교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담임 김남준 목사)에서 ‘WCC와 개혁신앙’을 주제로 제30회 정기학술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날 기조강연자로 김영한 교수(숭실대)가 나섰고, 최윤배 교수(장신대), 권호덕 교수(백석대), 김홍만 교수(국제신대) 등이 각각 조직신학, 역사신학, 선교신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다양한 면들을 분석했다. 대부분 복음주의권에 속한 학자들인만큼, WCC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WCC의 종교다원주의·혼합주의 실체 밝혀야
화해·일치의 WCC가 혼란 야기하는 건 모순

▲김영한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영한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영한 교수는 ‘WCC 종교대화 프로그램의 전개과정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WCC가 진행하는 종교간 대화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이것이 기독교 진리의 절대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WCC는 대화에서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긴장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소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이것이 WCC 대화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다. 종교간 대화는 종교 사이의 분쟁과 갈등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대화가 교회의 선교를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적 진리는 객관적으로 비교하거나 평가해서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 종교의 진리를 상대방 종교의 진리와 적당히 조합해 더 좋은 진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공동의 선은 행할 수는 있으나 더 좋은 진리를 만들어 낼 순 없다. 오히려 종교의 정체성이 무너지면서 종교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WCC의 종교대화 프로그램을 비판했다.

이어 발표한 권호덕 교수(백석대) 역시 “WCC 총회가 세계 기독교인들의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 운동이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경은 지상의 모든 교회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섬기고 봉사하는 그림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안식 상태인 것이다. 그 동안 WCC가 종교다원적인 풍토를 만든 것은 이런 안식상태를 도외시하고 인간의 하나됨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홍만 교수(국제신대)는 WCC가 추구하는 ‘일치’의 문제점를 지적했다. 그는 “WCC는 외형적이며, 가시적인 일치를 이루려 하는데, 비성경적 이상주의로부터 교회일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이러한 WCC의 일치 운동이 신적 근원을 무시하고, 외적 일치만을 추구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WCC의 일치운동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교회의 하나됨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에 대한 범위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WCC의 일치 운동은 ‘교회의 하나됨’ 이라는 미화된 타이틀 아래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한국교회에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그 신학적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국교회가 WCC를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

이동주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는 WCC가 가진 선교적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20세기 하반기에 들어서 다원문화와 다원사회 현실을 지각한 WCC가 현 시대 가장 적합한 선교방식을 대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화를 통해 복음을 전달하자는 것이 아니라, 타종교의 신학과 세계관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미 복음의 유일성이나 절대성을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세계선교를 위한 소명의식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2013년 WCC 부산총회가 한국교회 전반에 미칠 종교다원주의 및 혼합주의 신학의 실체를 밝혀 21세기 세계선교의 주역이 될 한국교회의 신학이 그릇된 신학에 흡수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WCC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발표한 황대우 교수(부산외대)는 “WCC가 종교적 상대주의, 즉 종교다원주의의 입장을 가진다라는 점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1990년의 바르선언문 이후 새로운 형태의 상대주의, 즉 종교혼합적 상대주의가 공식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게 됐다. WCC가 발표한 공식적인 문서들에 나타난 것을 WCC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바르선언문 역시 WCC의 공식 문서이며, 이 문서의 내용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WCC가 타종교에 대해 취해온 역사적 발전의 결과물이다. 이 문서 이전에도 WCC는 종교다원적인 자세를 취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황 교수는 “화해와 일치를 그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WCC가 한국에서는 교회를 분열시키고 그 분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 WCC의 정체성 혼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정체성의 모순처럼 보인다”며 “이렇게 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WCC의 타종교에 대한 종교다원주의 입장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덕성 교수(전 고신대원)는 WCC의 ‘개종전도 금지주의’를 언급하며 “WCC의 개종전도 금지주의 정책에 따르면 ‘하나님의 선교’를 하는 선교사들은 그 지역의 기존 교회와 협조해 인도주의 활동, 인간화, 해방투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선점하고 있는 지역에서 그 교회들의 비성경적 교리와 신앙행습을 비판하거나 그들의 미신적인 종교행습을 지적하고 구원론을 중심으로 하는 전도와 선교를 하지 않아야 한다. 개종자들을 모아 새로운 교회를 조직할 수도 없다. 복음전도와 교회건설과 신학교 사역에 매진하는 선교사들은 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WCC 개종전도 금지주의는 복음전도, 구령사업, 교회건설에 역점을 두는 복음주의 기독교 선교를 사실상 금지한다.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수행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WCC가 말하는 참된 ‘증거’ 또는 ‘공동의 증거’라는 선교와 전도는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의 의미나 영생의 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곧 사회구원지상주의 활동”이라며 “기독교 복음전도를 중단하라, 예수 그리스도 유일성을 강조하는 전도를 하지 말라, 비성경적인 신앙행습을 지적하는 활동을 하지 말라, 개종전도를 하지 말라는 것은 성경적 기독교의 선교사명 수행 명령에 대한 배반이다. 이 정책은 성경적인 복음진리 전파를 방해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을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구령(救靈) 열정을 상실하게 하며, 세계복음화와 교회건설의 의욕을 저하시킨다”고 비판했다.

WCC, 비판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이런 비판적 견해와 달리,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윤배 교수(장신대)는 “WCC 문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찬반양론의 토론이 단순히 토론을 위한 토론이나 상대편을 정죄하기 위한 토론이 아니라, 진지한 토론과 개방된 토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우리는 WCC 신학을 획일화하거나 단편적으로 연구해, 이를 비판을 위한 비판의 자료 혹은 찬성을 위한 찬성의 자료로 일방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연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WCC 신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료들과 다양한 신학적 경향들을 정직하게 분석하고, 정확하게 판단해 성서적인 것은 더욱 살리고, 비성서적인 것은 보완하는 진지하고도 정직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며 “WCC 신학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2013년 부산 총회에 참석해 개방된 토론의 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성서적인 신학 발전과 교회일치 운동에 기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권호덕 교수(백석대)는 “WCC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학적인 측면에서, 교회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종교다원주의 측면에서 계속 비판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WCC를 비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WCC가 가시적 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교회를 하나되게 해 달라던 예수의 기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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