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자니까…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84)

“의성아! 엄마 오늘 급히 외출해야 하는데 네가 점심 밥 차려 먹고 설거지도 좀 해라! 방학 때니까 그렇게 할 여유도 있잖니?”
“제가요?”
“방학이니까, 급한 일 없잖아! 네가 차려 먹어!”
“난 그래서 엄마가 밖에 나가는 거 싫어!”
“알았어! 엄마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했지?”
“그러면, 주희 보고 ‘밥 차리라’고 해요! 주희가 여자니까!”
“네가 오빠니까 차려 줘야지! 그게 여자만 하는 일이니?”

아이들 방학 때, 필자는 가끔 외출을 하느라 아이들에게 점심을 차려 주지 못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딸 아이에게 “얘, 네가 점심을 차려서 오빠와 같이 먹어라!”하고 부탁할 때도 있다. 엄마 말을 잘 듣는 딸이지만 어떤 때는 반항기 섞인 말로 “엄마! 왜 여자만 식사 준비를 해야 돼요?”라고 하면서 불평하는 것을 들을 때가 있다.

그 얘기를 들으면 괜히 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밥만 먹을 줄 알지, 밥을 할 줄 모르는 아들을 교육시킬 생각으로라도 부엌일을 시키고 싶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딸에게는 집안 일을 가르치지만 아들에게는 부엌에서 손에 물을 묻히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는 아마도 가사가 남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렇지만 살다보면 극한 상황이나 음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생길 것이다. 따라서 취사를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남자들이 가정에서 취사를 해 보는 것이다.

각 군 사관학교에도 여성이 입학하고, 여성 조종사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남녀의 일을 구분하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 물론 전업주부의 경우 가사는 여성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여성을 부엌에만 가두어서는 안된다. 특히 명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여성들의 일 잔치가 펼쳐진다. 모든 친지들이 모여 서로 반가운 낯을 보면 그 자체로 즐거운 날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어야 잔치다운 잔치가 되므로 여성들은 가사 전담자라는 인식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며칠 전부터 바빠지게 된다. 가부장적인 전통에 의해 교육받고 물들어 있는 남성들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로만 알고 거실에서 TV를 보며 밥상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잔칫날인 만큼 먹고 즐기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여성들은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지만 핵가족화 되면서 며느리가 혼자인 경우에는 정말 “뼛골이 빠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남성들의 협조가 있어야 마땅하리라고 본다. 그래서 서로 힘든 일을 나누고 즐거움도 나누며 여유와 화목을 공유하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라고 확신한다. 가족들이 서로 돕는 시대가 되었다.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은 즐거운 날이고 어느 한 사람은 힘든 날이 되어서는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가 없다.

‘여자니까…’라는 생각은 가정에서부터 사라져야 한다. 남녀가 함께 사는 사회에서 이제는 딸에게도 직업 교육을, 아들에게도 가사 교육을 시켜야 할 때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교과서를 보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아들이 책가방에 가정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여학생은 필수과목으로 가정 과목을, 남학생들은 기술 과목을 배웠으나 언제부터인가 여학생들도 기술과 산업을 배우고 학교에서 톱질, 망치질을 비롯해서 여러 기계들을 분해, 조립하는 실습까지 한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아들이 기말고사를 준비한다면서 감자조림 순서를 외우고, 생선 고르는 방법, 녹색 채소 데치는 방법 등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실감했다.

가정에서도 아들에게 가정을 실천하고, 딸에게는 기술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하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여자니까 가사 노동을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변화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을 무시하지 않을 때 그 가정은 물론, 이 사회가 균형 있는 온전함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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